ㄹㅁ의 성찰
성찰의 시작은 '흔히 만나지만 대상 자체를 두고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그러나 그 의미와 존재가치를 우리 삶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에 대한 한걸음 한걸음이다. 그 여정의 첫발을 내딛는 것은 바로 '라면'이다.
라면에 관한 성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사이드 메뉴, 환경, 대체품. 이 3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바쁜 일정들 사이에서 잠깐 텀이 생길 때,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다. 배고프면 밥을 먹기 마련이지만 밥은 '식사'의 느낌이고 라면은 '끼니'의 느낌이 강하다. 시간을 내어 든든하게 먹어야 하는 밥은 메인이 되는 음식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반찬이 우리를 반겨주는데 반해, 라면은 꼬불꼬불한 면발과 시원하고 매콤한 라면국물이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배고프지만 급하게 허기짐을 달래야 할 때, 라면은 완전한 대체품인 것이다.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대체품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푸는 제일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이 사람이라면 범죄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니 말이다.
스트레스 푸는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맛있는 음식을 원 없이 먹는다거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처럼 브런치스토리의 문을 열고 들어와 책이라는 동산에 누워 안정을 취한다거나. 나 같은 경우는 남는 시간에 혼자 노래방에 가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고민으로 이어질 때, 사람들은 가끔 혼자 생각하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남이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말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단지 내 고민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줄어든다. 말하는 과정에서 만일 남에게 고민을 덮어 씌운다고 생각한다면 영화-캐스트어웨이처럼 자신만의 윌슨을 만들어보자. 혼잣말이 아닌 상대방에게 고충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내 입으로 상대방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는 행위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같은 라면이라도 먹는 환경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한강을 바라보며 먹는 한강 라면, 해외 숙소에서 먹는 우리나라 라면, 연인이 끓여주는 "라면 먹고 갈래?"의 라면. 같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겪어온 환경에 따라 우리가 보는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상대방과 내가 겪은 환경을 그 냄비 안에 온전히 풀어내야 비로소 하나의 라면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때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일방적으로 나의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가 나오기도 한다.
라면을 먹을 때, 나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김치나 젓갈, 멸치볶음 등을 찾으며 그 마저도 없으면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기도 한다. 그만큼 라면을 먹을 때 중요한 것이 사이드메뉴다. 살아가면서 사이드메뉴 라고 하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메인보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메인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들. 내 인생에서의 사이드메뉴는 별스타그램이나 돈 등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없어도 그만, 많아도 그만인 것들이지만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 인스타그램을 보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그저 그들은 오늘 어떻게 살았나 의 근황을 알기 위함이고 돈도 빚만 없는 그런 상태.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이드메뉴만 먹으면 해롭다. 젓갈만 먹으면 짜기도 하고 밥만 먹으면 퍽퍽하기도 하다. 반드시 메인인 음식을 먹으며 사이드 메뉴를 조금씩 먹어보도록 하자.
오늘 위에서 말했던 것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이다. 바쁜 일상 속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왔던 당연한 것들을 회고하여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