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바람떡

by 별똥꽃

토요일 오후 미애는 마트 옆을 지나가다 밖에 진열된 작은 국화 화분을 집어 들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미애는 계산대 옆에 있던 바람떡 하나 집어 들고 계산을 한 후에 멀리 공용 주차장에 주차해 둔 차에 올랐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던 중 현구의 이름으로 온 "잘 지내나?"라고 적힌 메시지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전에 그가 누나 편으로 남긴 <나중에 연락하겠다>라는 애매한 말은 딱히 정해진 기한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몇 달을 더 기다리다가 미애는 현구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미애는 "응! 통화 가능해?"라고 짧게 답을 보내고 현구의 연락을 기다리며 바람떡을 꺼내 한 입 깨물었다. 송편처럼 생긴 바람 떡은 겉은 송편보다 부드럽고 속은 한쪽에만 팥고물이 조금 들어 있어서 전반적으로 속이 빈, 바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현구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고 미애는 집으로 돌아와 마트에서 산 국화꽃을 베란다에 있는 작은 커피 테이블 위에 놓았다. 미애는 그날 태어나서 바람떡도 처음 먹어 보았고 또 아주 오랜만에 자기 자신을 위해 꽃을 샀다.


미애는 일정에 없이 현구의 연락을 기다리는 걸로 주말을 다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미애는 문득 깨달았다. 처음 그와 헤어진 것도 현구의 이런 우유부단함 때문이었다는 걸. 긍정도 부정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 우유부단함. 다가서지도 달아나지도 않는 그의 미온적인 태도. 원래부터 미애와는 맞지 않는 성격인 것이다. 현구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애 자신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 듯하다고 미애는 생각했다.


'왜 이런 사람을 애달프게 생각한 것일까? 현구에게 나는 그냥 지난 추억일 뿐인데. 현구의 이런 자만에 다시는 놀아나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가 누군지를 얼마나 힘겹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나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현구에게서 오지 않는 대답에 지쳐갈수록 미애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주말이니 미애가 가족이 있는 현구에게 전화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무작정 현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었다. 하필 또 태풍이 온다고 집안에 갇혀 하루 종일 답답하게 보낸 후 다음날 출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미애는 현구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나 기다리는 것 잘 못해." 현구에게 올 문자를 기다리느라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다가 미애는 이른 새벽에 또 잠이 깨고 말았다. 이번에는 현구에게서 "보고 싶나?"라고 적힌 문자가 와 있었다.


미애는 현구의 마음을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현구를 처음 찾아간 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고 또 봄에도 다시 찾아갔었다. 첫사랑이 용기 내어 연락을 해 왔으면 한 번이라도 연락을 해주는 게 첫사랑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고 미애는 생각했다. '보고 싶으니 연락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하고 미애는 생각했다. 미애는 현구의 그런 애매모호한 태도에 점점 더 지쳐갔고, 그의 연락처 닉네임을 <바람떡>이라고 저장했다. 예전에 같이 현구의 누나를 방문할 때 버스에서 굴러 깨어진 수박처럼, 속이 빈 바람떡처럼 허무한 본인들의 관계를 상기시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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