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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Oct 26. 2019

일생의 결심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최근 찾아온 여러 가지 심적 변화로 잠 못 드는 밤이 많아 괴로워했다. 무심한 세월 속에서 초라해져 버린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나이 들면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나 또한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살기 위해서 산책을 시작했다.


원래 운동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특히 체육관에서 하는 트레드 밀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것은 금방 지겹고 싫증 난다. 어릴 적 시골에서 뛰어놀고, 자전거 타고 씽씽 달렸던 억 때문인지 나는 야외에서 하는 운동은 그나마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운동은 산책이었다.


처음 산책을 시작했을 때 나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몸은 항상 부어 있었고 정신은 반쯤 외출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로 산책을 시작한 지 하루 이틀이 지나자 나는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곧 몸에서 내성이 생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평일 5 km 걷던 산책을 주말에 15 km 정도 걷는 것으로 강도를 높였다.


다이어트는 뭐 특별히 굶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 항상 배고팠던 기억 때문에 나는 굶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다. 어쩌면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이전에 나는 <먹기 위해> 살았다. 먹는 것에서 심리적 보상을 받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다이어트는 밥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하루에 먹는 밥의 양을 한 공기로 제한했다. 사실 요리도 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공깃밥을 한 상자씩 사둔다. 출근하기 전에 공깃밥 하나를 뜯어서 아침에 반 그리고 저녁에 반을 먹는다. 점심시간은 30분도 채 안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크래커 몇 조각, 견과류 한 줌 등으로 때운다.


불혹의 나이에 하는 운동과 다이어트라 살이 빨리 빠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달 만에 3kg을 감량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여기서 더 빼기가 점점 힘들어질 거란 것을 말이다. 그래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 식사량을 더 줄여야 하는지  운동량을 늘려야 하는지를. 


최근 삼 일간 나는 평일에 하루 15 km를 걸었다. 첫날은 얼마 못 가서 발가락과 무릎이 너무 아팠다. 둘째 날은 반 이상을 걷고 나니 발바닥에서 불이 났다. 셋째 날은 집에 돌아오니 종아리와 발목에 두드러기가 났다. 아마도 너무 오래 걸어서 <독>이 올랐나 보다. 삼일 간 45 km를 걸었으니 말이다.


처음 산책을 시작한 이후로 삼십일이 지난 후 나는 총 190 km를 걸었다. 그 사이 계절도 바뀌고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한 이틀 걷지 못한 날이 있다. 태풍이 왔을 때였다. 그리고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나느라 또 이틀을 빠졌다. 그래서 30일 중에서 총 26일을 걸었다. 내 일생일대의 결심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겨 뒀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동안 몸무게 감량은 3kg에 지나지 않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 달새 다시 3kg 감량을 하려면 지금 보다는 보다 강도 높은 운동이나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할 것이다. 이제 날도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아름다운 나>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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