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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Aug 13. 2020

나는 네일숍에서 네일 케어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가난한 자의 자의식

나는 네일숍에서 네일 케어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태어나서 네일숍에 가 본 적은 딱 한번 있다. 대략 20년 전쯤 미국에 사시는 시어머니가 한국에 나오셨을 때였다. 그 시절 간호사시던 시어머니가 10일간의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오셨을 때 가보고 싶어 하시던 곳 중의 하나가 네일숍이었다. 시어머니는 페디큐어를 받았고 나는 역한 냄새가 나는 곳에서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서 있었다. 대학생 때 직접 매니큐어를 바르고 멋을 부리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매니큐어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그리고 화려한 손톱 밑에 낀 보이지 않는 때가  얼마나 비위생적인지를 생각하게 된 이후로는 매니큐어도 바르지 않았다. 물론 페디큐어와 내일 아트에도 관심이 없다. 마광수가 예찬하는 야한 여자와는 거리가 멀다.


나는 단골 미용실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일 년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하는 손님을 골이라고 생각하는 미용실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늘 긴 생머리를 하고 있다. 내가 주는 스타일 변화라고 해 봐야 고작해야 머리 땋기와 머리 묶기 정도다.  근래에 염색을 한 적도 있고 매직 스트레이트 펌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이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마사지숍은 딱 한 번 가보았다. 그것도 친한 친구가 하도 졸라서 마지못해 갔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옷을 입고 낯선 사람이 내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몸에 쌓인 피로를 운동이나 산책이나 요가 등 다른 방법으로 푸는 것을 선호한다. 나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봤자 백화점 입구에 놓인 아주 저렴한 옷가지 등이 전부다. 백화점 안에 있는 물건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맞벌이 부부다. 최근에는 직장 때문에 같이 살 때보다 떨어져 살 때가 더 많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 년에 두 번을 만났다. 하지만 둘 다 직업이 좋아서 남부럽지 않게 번다. 비록 잘 나가는 사업가 한 사람이 버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마사지 숍, 네일 숍, 헤어숍 등을 정기적으로 다닐 수도 있다. 그런데 안 간다. 내 동료들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다. 동료들의 절반은 주기적으로 청소부를 불러서 집안 청소를 한다. 여자 동료 중의 75프로는 정기적으로 네일숍과 헤어숍에 간다. 그중의 상당수가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받는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히  근검절약하는 스타일도 못 된다. 나는 택시를 자주 고 게다가 팁도 자주 준다. 최근에는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잔돈이 없거나 날씨가 궂을 때는 배달원에게  팁도 준다. 나는 나에게 쓰는 돈은  인색한 편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인색하지 않다. 대략 7년 전에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고 그때부터 매달 월드비전에 기부를 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있으면 십중팔구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최근 마스크 대란이 있었을 때는 마스크 수백 장을 가족, 친구, 지인들과 나누었다.


구 년 전에 중고로 산 내 차는 지금 겨우 굴러만 간다. 전문직 인력이라고 보기에 내 차림새는 너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다. 어제 지인을 만났는데 지인이 이런 나에게 한마디 했다:


" 사람 일을 아무도 몰라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자신에게 인색할 필요가 없다. 나를 가꾸고 치장하는데 돈을 아끼면 안 된다."


나는 나 자신에게 왜 이렇게 인색할까? 혹시 <나는 가난한 사람이고  화려하고 편안한 생활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라는 가난한 자의 자의식이 나에게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8월 중순, 안방의 에어컨은 커버를 뒤집어쓴 채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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