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똥꽃 Dec 08. 2019

인덕

운명인가, 노력인가?

오래간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여덟 시간을 함께 보내며 연극을 두 편 보고, 같이 저녁 먹고, 차 마시고, 그리고 치맥도 했다. 그리 붙임성이 좋은 편은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것이 나에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나와 오늘 같이 시간을 보낸 분은 전업 주부로 남편과 고등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을 두었다. 에 쫓기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나와는 달리, 가족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쏟고, 일상의 작은 것들에 대해 만족하시는 그 분의 삶이 참 행복하게 보였다.


특히 시어머니와 얼마나 소통이 잘 되며 시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언니들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자신을 얼마나 챙기고 도와주는지, 남편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얘기할 때는 부러운 것을 넘어 경외롭기까지했다. 그런 말을 들으며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분이 참 인덕이 많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시댁 식구 특히 시어머니와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형제들 사이에 우애가 좋은 것도 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 깨닫게 된 것은 그분 스스로 시어머니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고, 시어머니가 베푸는 작은 친절에도 감사한다는 점이다. 그분의 손위 형제들이 잘하는 이유도 친정식구가 어려웠을 때, 그분이 친정을 돕기 위해 많이 헌신하고 기여했기 때문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가정에서 그리고 밖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이유도 그분의 내조의 힘이 크기 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인덕 또한 어쩌면 타고 난 운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베푼 만큼 돌려받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애정이든 물질이든. 가끔씩 '나는 왜 인덕이 없을까?'라고 묻곤 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인덕이 없다고 한탄하기 전에 내가 먼저 베푸려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그 분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막둥이에 더 가까운 나 역시 어쩌면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에 더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인덕이 없다고 한탄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동안 나 스스로 쌓은 덕의 분량이라고 생각하련다. 지금 현재 내가 더 베푸는 삶을 살면 언젠가는 내가 쌓은 덕의 반이라도 되돌려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되돌려 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남에게 베풀었다는 마음만으로도 흡족하지 않을까 싶다. 남에게 먼저 다가가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