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똥꽃 Dec 20. 2019

절대 고독

어제 일을 마치고 방과 후 친구들과 놀고 있던 아이를 찾아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직장 동료들이 여럿 식당으로 들어왔다. 나와 아이에게 가벼운 인사와 대화를 나눈 후 음식 주문을 마친 동료들이 다른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아이와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던 중에 <루돌프 사슴코>라는 노래가 들려왔다. 다른 동료들과 멀치감치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내 모습이 꼭 노래 속의 루돌프 같이 느껴졌다. 아이에게 지나가는 말로 엄마도 산타할아버지가 필요한가 보다고 말했더니, 아이가 무심코 한다는 말이 빨간 코도 필요하단다.


2주 휴가 전 마지막 날도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다. 전에 누군가 안 좋은 일은 세 개씩 온다더니 정말 하루에 나쁜 일이 세 개씩이나 일어났다. 큰 일도 있고 작은 일도 있지만, 휴가 전날 좋지 않은 일을 세 개나 겪고 나니 퇴근을 하고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했으면 싶다. 연락처를 다 뒤져 봐도 술친구로 불러낼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한 도시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어떻게 술친구 하나 없을까 싶다. 외로움을 넘어선 절대 고독이다.


나는 오늘 두 번씩이나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다. 한 명은 직장 동료고 한 명은 가족이다. 나름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왜 같이 술 한잔 할 사람이 없을까? 내가 평소에 너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덕불고 필유린>이라고 했는데, 덕이 부족한가 보다는 결론에 매번 도달하게 된다. 아니면 나는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한가 보다. 그냥 술 한 잔 할 친구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없어서 이렇게 글로 대신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 이것 또한 참 처량한 신세라는 반증일 뿐이다.


외로움을 넘어 절대 고독을 느낄 때, 글은 그다지 위로가 되지 못한다. 그냥 단순한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내 생각을 다른 공간에 옮기는 단순 작업이다. 아마 한숨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내일이면 전체 관람가라고 나와 있는 연극을 보러 딸아이와 함께 갈 것이고, 그러고 나서는 다음 주에 오는 나머지 반쪽 가족 맞이를 하느라 바쁠 것이다. 그리고 곧 눈 깜짝할 사이에 2 주라는 시간이 흐를 것이다. 내일부터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쁘게 휴가를 보낼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나는 철저하게 외롭다 못해서 고독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독을 어떻게 견디는지 정말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일 저녁 야한 연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