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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an 05. 2020

새해 목표

내 멋대로 살기

새해가 시작되고 첫 주말이다. 이제 새해마다 새해 목표를 세우는 것도 지겨운 나이가 되어 버렸다. 아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딸은 어느새 내 키를 넘어서서  나는 우리 집에서 공식적으로 제일 키 작은 사람이 되었다. 새해가 되면 뭔가 새로운 계획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해마다 자라는 아이들과 달리 내 인생에 그다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이고, 휴가 때는 최대한 게으르게 보낼 것이며, 되도록 돈을 절약해서 융자를 갚을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주중은 여전히 전쟁터 같을 것이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 가끔 딸아이와 억지로라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선물 공세를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큰 사고가 없다면 그다지 행복에 넘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평범한 삶이 계속될 것이다.


여태껏 사는 동안 내가 나일 수 있게 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은 항상 조금 더 발전하려는 나의 부단한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해에도 현재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성장을 구실로 또 자신을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의 경우 항상 <과유불급>이 문제다.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나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새해에는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지나친 노력은 자제할 것이다. 그게 독서든, 운동이든, 취미 생활이든 뭐든 간에.


지나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내가 추구할 새해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매일 운동하기;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다.

2. 식단 조절하기; 질 좋은 음식을 소식해서 몸매 관리하고 싶다.

3. 저축하기; 돈 벌어 남 주느니, 빨리 빚 갚고 부자 되고 싶다.

4. 칼퇴근 하기; 아마도 달성하기 제일 어려운 목표일 것이다. 일의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나는 해마다 자진해서 늦게까지 일하며 미련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도 올해에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근무 시간 외의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

5. 가족에게 사랑의 언어 표현하기;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나의 가족이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더 자주, 많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6. 내 행복에 방해되는 요소들 무시하기; 타인의 의도적인 비의도적인 언어나 행동에 의해 내 행복이 방해받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그리고 적극적으로 무시하고 잊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타인을 조정할 수 없지만 외부의 자극에 대한 나의 반응은 조절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 밖에도 추가하고 싶은 크고 작은 목표들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여기까지가 가장 명확한 목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책임질 수 없지만 되도록이면 내 삶이 더 의미롭고 행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올해에는 건강검진도 꼭 할 것이다. 몇 년 후 있을 자격증 갱신을 위해 학점도 따 놓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직장 내의 변화의 물결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파도를 타는 실력이다. 즉 평정심을 유지하는 내공을 기르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여섯 가지 사항들을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그런 내공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꾸준히 한 것은 드물지만 간간히 몇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한 동안 독서에 빠져서 헤밍웨이의 작품들 외에도 다른 명작들을 여러 권 읽었고,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나름 노력했고, 살을 빼려고 운동을 시작해서 목표치의 반 정도는 이루었다. 무엇보다 운동을 계속하는 좋은 습관이 생긴 것이 뿌듯하다.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도 시작했고, 나의 인생과 우리 가족의 행복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가지들을 쳐내기도 했다. 직장 내에서는 내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 조절도 했고, 아이들의 성취와 나의 성취를 동일시하지 않기 위해서 감정적 거리두기에도 성공했다. 브런치를 시작해서 (비록 읽어 주는 이는 별로 없지만 ) 시, 수필, 단편 소설, 자서전, 동화 등의 여러 장르에 걸쳐 글도 썼다. 지난해 성공한 것들에서 나름 자신감을 얻어서 나는 올해도 나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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