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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an 04. 2020

티몬 불매운동(후기 포함)

티몬 대표님께,

안녕하십니까? 최근 불량 상품 배송과 환불 문제로 불만이 생겨서 탈퇴한 고객입니다. 제가 티몬을 사용한 지도 족히 5년은 더 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제가 티몬을 통해 구매한 금액의 합계는 7십8만 원 이상입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군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티몬을 보이컷 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죠.

지난해 12월에 포도를 두 종류 구매했습니다. 상품 판매자가 발송을 한 바로 다음날 지난주 금요일 27일 저녁에 우리 집으로 배송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더니, 청포도는 알알이 송이에서 분리되어 있었고 포도알의 윗부분이 변색되어 육안으로 보아 전혀 먹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적포도는 그나마 반 정도 송이에 붙어 있었지만 밑에 떨어진 포도알에서 곰팡이가 생겨서 먹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상품을 받은 날이 금요일 저녁이라 주말에 티몬 고객센터와 연락이 되지 않아, 티몬 앱으로 고객센터에 사진과 함께 반송에 관한 문의 내용을 남겼고, 또 환불 신청을 했습니다. 그동안 상한 포도는 온도가 낮은 베란다에 임시로 보관을 했고, 월요일에도 불량 상품 수거 연락을 받지 못해 위생 문제로, 화요일 편의점을 통해 수신자 부담으로 반송하고 티몬에 영수증 등을 첨부해서 통보했습니다.

상한 포도가 처음 도착한 지 일주일 후인 1월 3일 금요일 밤에 티몬에서 또 문자를 받았습니다. 환불 거절 메시지와 함께 상품 (음식물 쓰레기)을 다시 우리 집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포도 사건으로 그동안 이용해 왔던 티몬과의 거래를 끊습니다. 저는 티몬을 믿었기에 그동안 티몬을 통해 구매를 해 왔습니다. 고객이 티몬에서 물건을 파는 사업자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 티몬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악덕 사업자 편에 서서 고객에게 실망을 주었기에 그런 기업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습니다. 티몬에게 저는 많은 고객 중의 한 명일뿐이겠지요. 하지만 티몬 역시 저에게는 온라인으로 구매를 할 수 있는 많은 기업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티몬에서 환불 거부와 상품 (음식물 쓰레기) 재배송 통보를 받고 원래는 음식물 쓰레기를 악덕 사업자에게 2차 반송하려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티몬으로 보낼 테니 티몬 대표님께서 직접 확인하시고, 주문한 음식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받았을 때 고객의 심정을 몸소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음식물 쓰레기를 삼차 우리 집으로 보낼 경우에, 소비자 피해 보상 센터에 연락해서 돌려받지 못한 환불금, 배송료 (2차 재배송 금액), 그리고 이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제가 받은 그간의 시간 손실과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포함해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후기:

위의 글을 처음 쓰고 5일 후 저녁에 티몬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티몬에 남겨 둔 상품평과 티몬 고객 상담 앱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 그리고 이 글을 확인한 후에 티몬에서 환불을 해 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쓰레기는 집으로 배송이 되지 않아 그것 때문에 더 이상의 시간 낭비를 하는 일은 없었다. 티몬 관계자는 청포도 사진을 확인했지만 적포도 사진 확인이 안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진은 있지만 더 이상 상한 포도 문제로 번거롭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시간이 곧 돈이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늦게나마 사실 확인에 노력을 기울이는 티몬 관계자를 위해 여기에 적포도 사진도 올린다. (그전에 세 명의 상담자와 채팅을 했지만 특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실 온라인 쇼핑은 도박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러 가지 온라인 쇼핑 실패 사진들은 황당하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간 나는 온라인 쇼핑에서 실패한 상품들 중에서, 치수가 작은 옷은 딸에게 입히고, 딸도 입을 수 없는 옷은 재활용 옷 수거함 같은 데 넣고, 냄새 때문에 쓰고 싶지 않은 화장품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실망스러운 물건은 그냥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하지만 음식은 정말 곤란하다. 맛이 없는 음식은 눈 딱 감고 버리면 그만이지만, 도대체 받을 때부터 상한 음식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전화를 걸어온 티몬 관계자와 통화를 마치며 음식물 반환 문제에 관해 더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내가 티몬 관계자에게 이미 밝혔듯이, 앞으로 다시 티몬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티몬뿐만이 아니라 어느 기업이든 상도덕을 무시하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믿는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는 것이 시장의 원리 아닌가? 사람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듯이 기업 또한 실수를 할 수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의 실수를 무조건 덮기보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티몬 관계자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내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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