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꾼 꿈

나의 의식과 무의식

by 별똥꽃

토요일 아침 일곱 시가 지나도록 잠을 잤다

꿈속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피곤하다


제일 먼저 간 곳은 학교다

교실 가득 아이들이 있었고

기쁜 마음에 2 미터 거리두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껴안고 머리를 맞대고 웃고 떠들었다


두 번째 간 곳은 길가였다

그곳에서 몇몇 사람들과 헤밍웨이 손자를 만났다

나는 짧은 인사만 하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었다

헤밍웨이 손자와의 인터뷰 일정이

오늘밤이 아니라 어젯밤이었나 보다


세 번째는 어떤 동네였는데

지나가다가 어느 집에 갇혀 있는 듯한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닉 부이치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아내와 수많은 아이들이 함께 있었고

작은 방처럼 보였던 공간은 어느새

동네 한 복판과도 같은 넓은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닉에게 서울에 다시 와 달라고 했다

그런데 닉의 부인이 안 된다고 했다

나중에 닉의 가족들과 그의 사람들과

그를 보러 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내가 닉의 부인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했더니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손이 살짝 스친 것을

그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닉의 부인은 참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왜 나는 그런 꿈을 꾸었을까?

그의 부인을 내심 질투하는 걸까?


하룻밤 만에 이렇게 많은 꿈을 꾸어보긴 처음이다

토요일 늦게까지 자는 것도

그렇게 흔치 않은 일이다

어젯밤 나의 꿈은 화려했는데

오늘 나의 현실은 어떨까?

햇볕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 오는데

나는 여전히 넓은 침대에 홀로 누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한참 후 침대에서 나를 일으킨 것은

장장 세 시간을 걷겠다는 불타는 의지도 아니고

냉장고로 향하게 하는 배고픔도 아니고

최근 현미로 직접 밥을 한 이후에 생긴

규칙적인 화장실 스케줄이다

가는 시간 소요 시간 모두 만족스럽다


어젯밤 꿈에서 받은 좋은 기운으로

오늘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고 싶다

너무 많이 이루려고 욕심 내지도 않고

무의미하게 감정낭비 하지도 않으리라


어느덧 오월이 되었고

내 삶도 오월의 신부처럼 화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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