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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ul 10. 2020

코로나 살아 남기

2020의 절반을 보내고

올해는 참 유난스러운 해다. 정월 초하루에 모친상을 치러 서울에 갔을 때만 해도 이미 한국에 코로나가 들어온 상태였다. 하지만 그때는 이웃 나라에서 창궐 중이니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슈퍼 전파자가 나왔고 나의 일상은 마비되었다.


직장은 재택근무로 바뀌었고, 업무와 휴식의 균형은 깨졌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언제 직장으로 불려 갈지 몰라 불안해하며 재택근무를 했고, 휴가 받기 전에 이 주 정도를 직장에서 근무한 것 외에는 거의 재택근무로 상반기의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른 업종보다 휴가 기간이 약간 긴 것이 장점이긴 하나 아직도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시점에서 딱히 휴가 동안 할만한 일도 없다.


모친상을 치러 서울에 올라 간 이후 지난달 정년퇴직하는 사람을 위해 식사 모임에 참여하러 SRT를 타고 수도권 지역으로 간 것이 올해 내가 한 유일한 장거리 여행이다. 가끔 아이와 시내에 가서 간단한 쇼핑을 하긴 하지만 외식하는 것 마저도 사실 두렵다. 지난주 타이 식당에 아이와 함께 갔는데, 우리는 먼저 온 손님과 멀리 떨어창쪽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하지만 어느새 다른 손님들이 한 팀씩 들어왔고 채 삼십 분도 되지 않아 식당에 빈 테이블은 없었다. 아이와 나는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나와야 했다.


지난 한 달 간의 휴가 동안 장거리 여행 한 번 그리고 시내에 있는 식당에서 외식 한 번을 한 것이 외출의 전부다. 휴가 동안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아무리 기분을 업 시켜 보려 해도 한계가 있다. 나름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소일거리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런 생활도 권태스럽고 또 휴가가 끝난 후에 맞이 할 일상도 근심스럽다.


최근에는 외국어 공부와 악기 연주에 전념하고 있는데 "행복"이라는 주제에 관해서도 나름 연구 중이다. 어느 책에서는 행복의 상대성과 행복의 유전적 요인에 대해서 말했다. 행복은 항상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는가?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인가? 등의 질문들이 계속 밀려드는 가운데 현재의 내가 행복한가 아닌가라고 끊임없이 자문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디는 걸까?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전염병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모든 대인 관계는 계산되어야 한다. 가능한 한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는 통제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나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몇몇 있지만 서로 한번 만나자라고 인사를 할 뿐 정말 만날 용기는 없다. 코로나 때문에 지인을 만나서 어딜 가는 것 또한 두렵다. 현재와 같은 시기는 모두에게 힘들지만 특히 예민한 사람들에게 더욱 힘들다.


2020년 상반기는 불안 속에서 보냈다. 앞으로 2020년 하반기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 개인의 의지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남들도 다 겪는 일이니 대범해져야 한다고 매번 생각하지만 그래도 감금 생활과 별 다를 것 없는 휴가와 이후 다시 불안 속에서 시작될 직장 생활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불안은 꿈속에도 투영된다.


최대한 건강하게 일상을 보내기 위해 자기 최면에 빠져야 한다. 내가 행복한 이유를 나열해야 한다: 가족이 있고, 직장이 있고, 생존에 직접적 위험은 없고, 아직 휴가가 반 정도 남아 있다는 것 등등.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 그리고 불필요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는 그런 세상이 있을까? 그런 곳에서는 절대적인 행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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