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가 좋다

봄 속에 갇힌 나

by 별똥꽃

춥고 어두운 겨울이 나는 싫다

겨울은 항상 나에게 가난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기다리던 봄이 왔다

하지만 봄은 다른 이유로 나를 가둔다

봄을 쫓아오는 미세먼지와 알레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건물 안에 갇힌 채 꽃들의 손짓과 외침을 견뎌야 한다


봄의 자태는 내 눈을 가렵게 하고

봄의 노래는 내 귀를 울리게 하고

봄의 춤은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봄은 지치지 않고 나를 유혹한다

나는 봄을 외면할 수도 봄에게 달려갈 수도 없다

단지 봄 속에 갇힐 뿐이다


하지만 나는 봄을 너무나 사랑한다

눈물로 하루의 절반을 보내고

약으로 나머지 절반을 견딜지라도

나는 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된 추억과 청춘의 고통을 나에게 새롭게 가져와도

나는 봄을 사랑한다


사실 봄은 그저 자연의 순리대로 나에게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자신의 존재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 리가 없다

그런 거 따위에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봄의 무관심조차 사랑한다

어느 화창한 날 다시 나를 떠나 버려도

나는 봄과의 이별조차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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