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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Sep 07. 2020

미래를 쓰다

작년 4월에 브런치를 시작하고 열 개의 매거진을 만들었다. 그중에 완편 된 것이 두 개. 나머지는 현재 진행형. 브런치에 이런저런 공모전의 기회가 있었지만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제는 한도에 달해 매거진을 더 만들 수도 없지만, 내 넋두리를 읽어 주시는 한정된 독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거대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나를 돌보기 위해 쓴다. 나라도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써온 많은 글들이 과거나 현재에 관한 것이었다. 과거는 왜곡된 기억으로 아름답게 포장되기도 하고,  현재는 똥냄새를 풍기기도 하는 글들을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이 <왜 이미 일어나 버린 과거의 일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에 집중할까?>이다. 과거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현재 또한 글 속이 아니라 똥통 속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더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 현실에서 똥냄새가 날 때마다 나는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미래의 내가 있을 가상현실을 마치 지금 일인양 느끼며 현재의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삶에 의도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래서 아침에 <9월 7일 날씨 태풍>이라는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먼저 써 놓고 이렇게 서문을 쓰고 있다. 이 매거진의 맨 앞의 글은 매거진 이름을 바꾸기 전에 원래 있던 글인데 마땅히 옮길 데가 없어 그냥 두기로 했다. 나의 정리법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못 버리고 어디든지 둬야 하는 고집스러움.


작년 4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작가명을 정했을 때, 별은 이상을 똥은 현실을 그리고 꽃은 이상과 현실의 거리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그려보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담았다. 이 매거진에서 별과 똥을 연결하는 실마리를 찾고 싶다. 나의 미래가 완전하게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그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미리 경험하고, 나의 현실과 화해하고 싶다.


나는 내 나이로 볼 때 비교적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겉으로 봤을 때 가정도 있고, 직장도 있고, 안락한 미래도 보장된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현상유지를 위해 물밑에서 수없이 발길질을 해야 한다. 호수에 유유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리의 발처럼 말이다. 이런 삶이 지겹고  화가 날 때가 있다. 나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힘은 없고 나는 단지 세상이 나를 향해 똥을 던질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만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피할 것인지 아니면 손으로 잡아서 던진 놈의 면상에다 다시 던질 것인지. 나는 똥을 던진 놈의 면상에 다시 던지기 위해 내 손을 더럽히는 방법을 자주 택해 왔었다. 이제는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똥을 되던져 주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의 미래에 대한 글쓰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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