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지옥 여행

by 별똥꽃

매일 일어나는 시각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빨래를 했다. 주중에 쌓였던 피로를 풀려면 오늘은 꼭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침 열 시에 산책을 나갔다. 한 시간을 걷고 삼십 분을 쉬다가 다시 걷고 쉬기를 반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허기가 느껴져서 미리 점심을 시켜 두었다. 오후 한 시가 다돼서야 집에 와서 밥을 먹으려는 찰나... 위에서 우다다다 뛰는 소리가 났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이번에는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아직도 뛰는 소리가 난다. 천정의 쿵쾅거림을 약하게 들리도록 집안의 창을 다 열었다. 밖에는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어 공사 소음이 한창인데 차라리 밖에서 나는 공사 소음은 천정에서 나는 뛰는 소리에 비하면 참을만하다. 애들 뛰는 소리는 세 시 이후에 멈췄다. 하지만 평화의 시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몰라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티브이를 보다가 배달 온 꽃을 큰 화분에 옮겨 심고 나니 오후 여섯 시경 다시 천정에서 뛰는 소리가 난다. 이번에는 한 명이 뛰는 소리가 아니고 작은 몸집도 아니다. 거실 정중앙 전등 위에서 제자리 뛰기를 힘껏 하는지 쿵! 쿵! 쿵! 굉음과 함께 전등이 심하게 요동친다. 개자식들~ 소음 녹취를 위해 사 둔 녹음기 충전을 하면서 최근 새로 산 휴대전화로 녹취를 시작했다. 쿵! 쿵! 쿵! 다다다닥! 드르럭 드르럭! 웅성웅성. 쿵 다다다다닥! 이건 마치 전통가락을 조롱하는 듯한 장단을 만들며 난리 부루스를 친다. 한 시간 가량을 거실 중앙에 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자유의 여신상처럼 서서 휴대폰을 힘껏 집어 들고 녹취를 했다. 쿵! 쿵! 쿵! 굉음이 들릴 때마다 나의 가슴은 심하게 맞은 것처럼 아팠다. 이래서 소음 폭력이라고 하는구나!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어 경비실에 연락을 했다. 윗집에서 오후에 몇 시간 동안 뛰고 있다고. 한 2분 후 경비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러닝머신이 아니고 애들이 놀러 와서 뛴다고, 주의시키겠단다. (러닝머신은 어디서 나온 말인지...) 윗집은 이런 식이다. 처음에는 자기 집 아니라고 잡아떼고, 심지어 내려와서 화를 내더니, 요즘은 "애들이 놀러 왔다. 곧 갈 거다." 등등. 이후 한 5분 정도 조용하다 싶더니, 아이들 주의를 주기는커녕 더 뛰라고 권유를 하는지 애들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뛴다. 저렇게 뛰다가 넘어지면 애들 머리통 다칠 텐데, 카펫이라도 깔든지. 쯧쯧!


윗집 최단거리 전력질주 신동들의 달리기는 저녁 8시 반이 넘어도 끝나지 않았고, 나는 쓰레기 뭉치를 들고 재활용장으로 향했다. 집에 더 있다가는 내가 화병에 쓰러지거나 분노로 인해 천정에 대고 수많은 저주를 퍼부을 것 같았다. 분리수거를 마치고 경비실로 향했다. 아까 인터폰을 받았던 경비 아저씨는 화면 스크린으로 무슨 스포츠를 보시는지 앞에 차가 와서 게이트를 열어달라고 해도 모르신다. (작은 아파트라 경비 아저씨가 출차 관리와 인터폰 업무를 같이 하신다. 그 두 개만 해도 바쁘실 텐데 그 와중에 스포츠 관람까지 하시다니 역시 능력자시다.) 경비실 바로 뒤에 있는 관리 사무소로 향했다. 노크를 하고 들어 갔더니 낯익은 아저씨가 앉아 계신다. 층간 소음 때문에 왔다는 내 말에 짜증부터 내신다. 관리 사무실에서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그러고 되물으신다. 자신이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냐고, 아무것도 못해 주시더라도 답답한 사정을 듣기라도 해 달라고 했다. 오죽하면 이 밤 중에 여길 왔겠냐고.


알았다고 하시더니 그 관리사무소 직원은 아파트 관리인들이 얼마나 힘든지 본인 하소연을 하신다. 최근 이사를 간 102동에 살던 어느 세입자가 항상 술을 마시고 대리 불러서 밤늦게 와서는 주차할 자리 없다고 불평했다고, 그리고 어느 날은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된 일반 차량을 빼라고 요구했는데 구청에 알아보니 그 102동 아저씨도 장애인 행세하는 가짜 장애인이었단다. 이사 가면서 6개월이나 밀린 관리비를 한 번에 안 내고 며칠씩 나눠 내다가 마지막에는 관리비 금액이 바뀌었다고 구청에까지 연락해서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관리비 계산 마지막 하는 날에 따라 금액이 조정된 것이다.) 관리 아저씨는 사람들이 나이 들고 다른 데 갈 데 없어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아파트 경비라서 아파트 경비로 살다 죽으면 나중에 득도하신 스님처럼 사리가 한 소쿠리는 될 거라고 하신다. 층간소음 하소연하러 갔다가, 경비 아저씨 하소연 듣고 왔다. 저녁 아홉 시가 다 돼 갈 무렵, 내가 관리 사무소를 나설 때 경비 아저씨가 형식적으로 "사모님 사정도 참 딱하십니다"라고 하신다. 그래서 "그냥 사람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살아야죠, 뭐." 말하고 돌아섰다. 평소에 내가 생각하던 게 툭 튀어나오고 말았다. 남에게 고통을 주는지 알면서 고의적으로 더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사람들이 아니다.


층간소음 관리 센터에 신청서를 넣은 게 올 초였다. 코로나로 8월 경이나 나올 수 있겠다더니 주중에 문자가 왔었다. 코로나 때문에 상담이 계속 지연되어 전화 상담이라도 받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월요일에는 전화 상담이라도 받아 봐야겠다. 대출금 갚느라 뼈 빠지게 일하면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집에 앉아서 시도 때도 없이 지옥행 열차를 타게 된다. 그것도 무료 특별 서비스로 말이다. 때로는 안방 침대에 누운 채로, 때로는 거실 소파에 앉은 채로, 때로는 부엌 식탁에 앉은 채로 말이다. 오늘 오후도 원치 않는 지옥행 열차를 타고 강제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렇게 나는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를 송두리째 강탈당했다. 예쁘게 심은 꽃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거실 의자 위에 서서 자유의 여신상으로 몇 시간을 보내고, 관리 사무실에서 관리소 직원의 하소연을 듣고, 그렇게 나의 토요일은 가 버렸다. 층간소음 피해자에게 주말은 없다. 제도적으로 층간소음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면 언젠가는 윗집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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