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눕기

by 별똥꽃

침대 머리맡에 발을 둔 채 거꾸로 누웠다

요즘처럼 되는 게 없고 속이 타 들어갈 때는

이렇게 거꾸로 눕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거꾸로 누워야 정원의 꽃을 느낄 수 있다

칠흑 어둠 속 형태는 보이지 않아도

초가을 싸늘한 밤바람에 실려오는 그윽한 향기


침대를 돌리는 것보다 내가 거꾸로 눕는 것이 쉽기에

매일 밤 꽃향기에 취해 잠들고

매일 아침 꽃을 보며 눈을 뜬다


빈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내 생활에

이런 작은 낙이라도 없었다면

그간 쌓아 올린 모래성은 이미 무너져 버렸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은 내 속의 분노를 잠재우고

껍데기는 벗어던지고

꽃향기에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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