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괴로움을 겪는지 어언 두 해가 지나고 있다. 이 아파트를 사기 전에는 꽤 넓고 좋은 아파트를 임대해서 지냈기 때문에 항상 부자 동네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가 아파트 소유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서 두 해 전에 이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간 모은 돈으로는 부족해서 은행 대출금을 끼고 사야 했다. 매달 은행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아야 하므로 나는 좋으나 싫으나 일을 해야 했지만 불행히도 내가 장만한 나의 아파트는 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위층의 존재들 때문에.
요즘 들어 자주 층간소음이 집단 괴롭힘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윗집에서 만드는 의도적 비의도적 소음을 아래층 사람들은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내가 사는 층의 위 위층에는 취학 전 아이가 두 명 있다. 남자는 어느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고, 여자는 매일 피아노를 친다. 올해 재택근무를 하며 겪어 보니 그녀가 피아노를 치는 시간은 저녁 여덟 시 이후만이 아니었다. 이른 오후에도 종종 친다. 그녀가 피아노를 치면 그 집 애들이 미친 듯이 뛴다. 아파트가 부실하게 지어져서 위 위층 소음이 벽을 타고 내려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집 남자는 BMW를 몰고 다니는데, 아무리 주차 공간이 남아돌아도 항상 빌딩 입구 기둥에 차를 세운다. 위 위층의 소음을 두 층 아래인 내가 듣고 괴로울 정도니 윗집에서 듣는 소음은 더 심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바로 위층에 사는 육십 대 부부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아들이 있다. 그 집 아들 부부에게는 두세 살 정도 된 아이가 있는데, 아이를 주중에 종종 조부모에게 맡겨두고 아들 부부는 공휴일, 명절, 주말 등등 수시로 와서 마치 거실이 운동장인 것처럼 아이를 뛰어놀게 한다. 황당한 것은 위 위층 애들이 뛰면 윗집 손자와 윗집 손자 또래의 사촌의 아이까지 같이 뛴다. 윗집은 일가친지들을 모아서 파티하는 것을 즐긴다. 윗집 사람이 장남이라 제사도 많은데 제사 때 서른 명 이상이 온다며 아주 자랑스러워했었다. 윗집에서는 집은 아이가 뛰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윗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우리 집에 푸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가끔씩 상상해 본다. 일주일에 아니 한 달에,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아파트가 거꾸로 서는 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하루 종일 끼니도 거르고 잠도 안 자면서 뛰어다녀 주리라. 윗집 사람들처럼 일가 친적 다 모와서.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아래층에 분풀이를 할 생각도 없다. 고무 망치나 우퍼 스피커 같은 걸 쓰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몰상식한 인간들처럼 나도 똑같은 가해자로 전락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뛰지 말라고 몇 번 당부를 해도 듣지를 않고 윗집에서는 오히려 더 심하게 뛴다. 그래서 층간 소음 유발자들이 집단 괴롭힘 가해자와 닮았다는 것이다. 싫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그만하라고 하면 더 한다. 남이 입는 피해를 보며 쾌감을 느낀다. 비정상적이고 가학적인 인간들. 층간소음 피해자들도 집단 괴롭힘 피해자와 닮았다. 많은 사람들이 쉬쉬한다. 괴롭힘을 겪다 겪다 지치면 할 수 없이 이사를 간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면서. 층간소음 얘기를 듣는 제삼자들의 반응도 집단 괴롭힘을 목격하는 주변 사람들과 닮았다. 그냥 참으라고 한다. 아니면 피해자가 예민하다고 나무라며, 이웃을 보는 인식을 바꾸라고 한다. 대부분 아파트 살면서 그것도 이해 못하냐는 식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 그다지 알지 못한다. 그냥 자신이 많이 이해한다고 착각을 할 뿐이다.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고 함부로 판단하고 함부로 충고하지 말길 바란다. 층간 소음으로 누군가의 가정은 파괴되고, 누군가는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심리적 괴로움을 겪고 있다. 만약 당신의 아이가 집단 괴롭힘을 당한다면, 아이에게 네가 너무 예민하다고 할 것인가? 피해자를 몰아세우는 이런 저질적 사회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정신문화 지체현상을 해결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아파트에 살면 그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자. 내 아파트 안에서는 내가 아무 짓이나 해도 된다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불행히도 아파트에 사는 순간부터 당신의 바닥은 남의 천장이라서 이웃과 공간을 반반씩 소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용납할 수 없다면 아파트를 떠나서 땅이 있는 곳으로 가라! 아파트 구조 탓만 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을 개선해 보는 건 어떨까? 나도 아파트에서 아이 둘을 키웠다. 바닥에는 카펫을 깔고, 집안에서 못 뛰게 했고,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원 없이 놀게 했다. 애니까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도 참 자기중심적이다. 당신이 낳은 애는 당신의 책임이다. 이웃에게 당신 아이 육아 책임을 떠넘기지 말길 바란다.
좁은 땅에 차는 많고 교통질서 어기는 운전자가 많듯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많고 아파트에 살 수 있는 에티켓을 갖지 못한 사람들 또한 너무 많다. 나는 이것이 물질문명의 발달을 정신문명이 따라가지 못하는 정신문화 지체현상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전반적 발전을 위해 개개인의 정신문화 수준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아파트라는 공간에 살면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자.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적반하장의 논리를 내세우는 미개한 행동은 그만 두길 바란다. 문명률 99프로의 대한민국에서 그런 무식한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