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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Oct 17. 2020

나팔꽃의 청춘

여름 내내 아침마다 빼꼼 얼굴을 내밀던 나팔꽃이

잎마저 노랗게 변한 채

줄에 매달려 있다


떠나보내기 싫어서 계속 붙들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청춘으로 기억되어야 할 나팔꽃을

저리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는 자책감이 든다


이제는 나팔꽃을 떠나보내야 할 때

내년 여름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지친 나팔꽃을 그냥 보내주어야겠다


오늘은

나팔꽃의 청춘을 애도하며

장례식을 치러야겠다

나팔꽃을 보내며

청춘의 고통도 함께 보내야겠다

여름을 함께 보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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