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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Dec 22. 2020

Bittersweet에 대한 단상

유승준이라는 가수를 기억한다. 대학 시절 International Youth Forum에 참여했을 때 우리 팀 사람들과 가위춤을 추었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우리 팀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동경대 다니던 일본 여대생과 영국에서 법대 대학원에 다니던 싱가포르 남학생과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모로코에서 온 남자가 데이트 신청을 해서 의외였고 짧은 일주일 간의 행사였기 때문에 어렴풋한 기억들뿐이다.


유승준도 나이가 들었다. 타의에 의해 한국에 오지 못한다는 것, 자신의 이름으로 불명예스러운 법을 만들겠다고 거론된다는 것이 한 개인에게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 당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오로지 그만이 설명할 수 있는 일이다. 그가 최근 올린 유튜브 영상을 5분 정도 보았다. 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bittersweet 했다.


그는 한국에 왜 그토록 다시 오고 싶어 할까? 오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오지 못하게 하니까 더 오기를 부리는 것일까? 한 나라에서 나에게 입국을 금지한다면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 그 나라에 가는 것이 절실해질까? 유승준에게 한국이란 어떤 나라일까? 꼭 만나야 하는 가족이 있는 나라일까?(유승준의 뒷조사를 해보지 않아 자세히 모른다.) 지인들에게 돌려받지 못한 돈이 있을까? 한국에서 다시 재기를 희망하는 걸까? 유승준이 어린 시절 떠나서 다시 돌아와 자신의 꿈을 이룬 나라. 자신을 적대시하는 나라. 그에게 한국은 bittersweet 한 나라가 아닐까 싶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사는 지난 십 년간의 세월은 bittersweet 했다. 그가 한국에 왜 그토록 오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심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먼저 bittersweet 한 곳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굳이 그의 이름을 따서 불명예스러운 법을 만드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본다. 그가 싫으면 그를 잊어라! 그 사람도 연예인이기 전에 한 개인이다. 그의 존엄성도 생각해주길 바란다.


Bittersweet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느낌을 굳이 한국어로 옮긴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원섭섭한? 씁쓸한? 어떤 관계도, 어떤 기억도, 어떤 장소도, 어떤 사건도 bittersweet 한 것이 많아지는 것 또한 나이가 든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를 우연히 만난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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