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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Dec 31. 2020

디톡스 다이어트 후기 2편

Day 6 & Post Diet

Day 6 계속


디톡스 다이어트를 마저 끝낼 것인지 아니면 그만둘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은 넌저시 거의 다 끝났다고 말하며 계속하기를 응원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굶어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예전에 한 끼 정도 굶은 거와 다이어트 의사가 처방해준 다이어트 약을 먹으며 식단 조절한 것 밖에 없단다. 솔직히 남편의 응원이 마냥 좋지 만은 않았다. 어쨌든 통화를 마치고 보니 벌써 아침 9시가 다 되었고 go든 stop이든 결정을 해야 했다. 그래도 남편과의 통화가 도움이 됐는지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인데 그냥 눈 딱 감고 끝내자!'싶었다.


아침 디톡스 드링크를 마신 후에 주위를 둘러보니 지난 5일간의 혼란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릇이 쌓인 싱크대, 산더미 같은 빨래, 이리저리 뒤섞인 재활용 쓰레기 등등. 몸은 피곤했지만 디톡스 다이어트를 마친 다음날 미리 세워 둔 계획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집안일을 처리해야 했다. 디톡스가 끝난 다음날은 오전에 퇴직하신 선배님과 통화를 하고 오후에 아이와 시내에 가기로 했다. 계획이 있는 것은 참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먼저 설거지를 하고 산모용 미역을 가져와 물에 불렸다. 어쩐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자꾸 미역국이 먹고 싶었다. 바닥 청소를 한 후, 환기를 시키고, 빨래를 시작했다.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며 미역국을 끓였는데, 끓고 있는 미역국에서 나는 은은한 바다 냄새가 너무 좋아 한동안 멍 때리고 있었다. 미역이 제대로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이에게 미역국을 맛보게 했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와 빨래를 개는 것은 아이에게 시켰다. 지난 5일간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켰더라면 이것저것 널브러져 있지도 않았을 텐데, 아이는 고생 안 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소망이 내가 아이에게 뭘 시키는 걸 꺼리게 만든다.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며 점심 디톡스 드링크를 마시고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마지막 디톡스 한 병을 빨리 처분해 버리고 싶어서 오후 세시가 조금 지나고 마지막 디톡스 드링크를 마셨다. 머릿속으로 곰솥에 담긴 미역국을 퍼서 먹는 상상을 하며 마지막 자몽맛 드링크의 씁쓸한 맛을 음미했다. 디톡스 빈 병을 다 버리려고 분리해 뒀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 6일간의 경험을 헛되이 할 수는 없어서 기념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그 경험이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병에 남은 불그스름한 자몽 드링크 한 모금을 모두 끝냈다. 어쩐 일인지 저녁 디톡스 드링크를 마시는 것이 항상 제일 고통스러웠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많은 양의 음료를 억지로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소화도 잘 안되고 속이 갑갑했다.


앞으로 음식에 대한 나의 태도부터 바꿔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것저것 손에 닿는 데로 먹을 것이 아니라, 적은 양을 세심하게 선별해서 먹어야겠다. 보식 후에 얼마나 더 많이 체중 감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4 kg 감량을 하기 위해 지난 6일간 기울인 노력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저녁까지 다 마시고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지만,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다. 귀마개마저 요란한 소음을 막을 수 없었나 보다. 그리고 이날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삶은 계란이 먹고 싶었다. 아이에게 삶은 계란을 먹겠냐고 물었더니 먹겠단다. 그래서 계란을 삶아 껍질까지 까서 하와이에 있는 친구와 지칠 줄 모르고 수다 중인 아이에게 주었다. "고마워요!" 한마디로 냉큼 접시를 가져가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사춘기 아이에 대한 나의 감정은 롤러코스터 라이드 같다. 어쨌든 그 순간에는 그렇게 느꼈다.) 계란을 삶아서 아이에게 주고 나니 다행히 삶은 계란이 먹고 싶은 마음이 누그러졌다.


금식 6일을 일찍 마치고 싶은 마음에 8시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윗집의 소음은 끊이지 않았다. 노래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랜만에 EXO CD를 틀었다. 그런데 CD Player 작동이 되지 않아 결국 라디오로 바꿨다. 라디오 소리에 소음이 묻힐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다시 귀마개를 꼈다. 쿵쾅거리는 소음은 여전히 라디오와 귀마개를 뚫고  나온다. 이번에는 라다오를 들으며 귀마개를 끼고 삼겹 이불을 머리 위로 뒤집어썼다. 여전히 쿵쿵 쿵쿵하는 소음을 덮을 수가 없다. 열두 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6일 금식 중에 가장 힘든 부분은 엉뚱하게도 층간 소음을 견디는 거였지만 마지막 날 밤 음식의 유혹도 강렬했다.


Post Detox Day 1

새벽 네 시에 일어났다. 화장실에 갔지만 소변뿐이었다. 물을 마시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새벽 여섯 시가 다 되어서야 변을 볼 수 있었다. 전날보다는 훨씬 물기가 적었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되었다. 체중계를 꺼내서 밟고 올라섰다. 전날 대비 1파운드가 빠졌다. 디톡스 준비 기간 포함 총 10 파운드 (4.5kg) 감량되었다. 디톡스 다이어트를 하고 보통 얼마를 감량하는지 모르겠지만, 9일 간 10파운드 감량이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드디어 기대했던 첫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양반 전복죽 (150 칼로리)과 전날 끓인 미역국을 꺼냈다. 삶은 계란도 옆에 두었지만 먹지는 않았다. 양념을 전혀 넣지 않은 미역국은 물맛이었다. 죽은 레인지에 데우지 않았더니 약간 짜면서 그다지 맛있지 않았다. 결국 죽을 다 비우지 못했다.


점심은 다시 미역국에 아침에 먹다 남은 죽을 같이 끓여, 삶은 계란 한 개와 먹었다. 저녁에도 점심과 똑 같이 식사했다. 대충 칼로리를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무난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 먹은 음식마다 칼로리를 찾아보았다. 미역국 55, 삶은 계란 80, 1/2 죽 75, 모두 합쳐서 210 칼로리였다. 아침에는 계란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130 칼로리 밖에 되지 않았다. 이날 하루 먹은 음식은 550 칼로리였다. 디톡스 다이어트 기간 중의 하루 405 칼로리와 그다지 차이 나지 않았다.


오전 11시 퇴직하신 선배님과 통화를 했다. 다이어트 얘기부터 시작해서 일 이야기 등등 많은 부분에 조언을 해 주시고 격려를 주셨다. 올해 72세인 그분은 105 파운드 (47.7kg)에 아직도 대학교 시절 입으시던 드레스가 몸에 맞는다고 하신다. 매일 채식 위주의 간헐적 다이어트를 하시고 계시고, 하루에 1시간 이상을 걸으신다고... 몇 해 전에 학교 동창들과 같이 찜질방에 가셨다가 다들 허리가 없고 배가 나와서 깜짝 놀라셨다고... 굉장히 귀엽고 재미있으신 분이다. 전문직에서 40년간 종사하셨고, 직업적으로는 내가 존경하는 나의 대선배님이시다. 선배님과 3시간 정도를 통화하고 나니, 온몸의 피로가 몰려왔다. 최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면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몸이 더 힘든 거 같았다. 히터를 돌리고 두 시간가량을 푹 잤다. 전날 밤 전국에 눈이나 비가 온 곳이 많아 길이 얼어붙고 날이 춥다길래 시내 외출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퇴직한 선배님과의 세 시간 통화 이후에 내 몸은 쇼핑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저녁에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다이어트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더니, 통화를 하고 싶단다. 그래서 한 시간 가량 통화를 했는데, 30대 후반의 과체중인 그녀는 자신도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싶단다. 우리는 굶는 법 대신, 칼로리를 대폭 줄여 체중을 점차적으로 빼는 방법에 대해서 의논했다. 그녀는 다음날 당장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다이어트 친구가 되어 서로의  다이어트 과정과 결과를 응원하기로 했다.


Post Diet Day 2

지인과 통화를 하고 늦게 잤지만 여전히 여섯 시 이전에 일어났다. 속이 쓰린 느낌이 있길래 곧 아침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전에 해야 할 일을 했다. 화장실을 갔지만 소변뿐이었다. 어제 변비약을 안 먹었기 때문일 거다. 목이 마르길래 물을 마시고, 심판대에 올랐다. 으윽~ 하루 만에 1 파운드가 늘었다. 보식기에 살이 빠지는 사람도 있다던데, 전날에 비해 총칼로리는 150 정도 늘었고 물 취량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었을까? 내일은 체중이 늘었을지 줄었을지 모르겠지만 2020년을 마무리하며 디톡스 다이어트 후기도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디톡스 다이어트에 관한 저의 의견을 적어 보겠습니다:

1. 먼저 저는 의료 전문가가 아님을 밝힙니다. 다음은 단지 디톡스 다이어트 경험을 토대로 한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니, 디톡스 다이어트를  고려하시는 분께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디톡스 기간 중, 현기증, 급격한 시력저하, 심장 두근거림, 우뇌 편두통, 관절 통증, 그리고 제한적 언어 장애 등을 경험했습니다. 아직은 이 증상들이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 모릅니다.

 *특히 빈혈이나 편두통, 그리고 심장질환 있으신 분은 "디톡스 다이어트 삼가셔야" 할 것 같아요.

2. 살을 빼기 위해 굶는 것은 영양학적 관점으로는 제 살을 제가 파먹는 행위가 아닌가 싶어요. 

3. 사십 대 이상에게 권하고 싶지 않아요. (살 쉽게 빼려다 잘못하면 실려 갈 수 있어요.)

4. 금식기간 6일 동안 외출, 운전, 샤워 등 생활의 많은 부분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체력과 집중력이  다이어트 이전보다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5. 만약 기저 질환이 없는 사십 대 이전의 분께서 디톡스 다이어트를 하신다고 하더라도, 최소 6일 금식 기간 동안은 일을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말 끼고 전후로 휴가를 내셔야 할 거예요. 금식 기간 동안 체력과 집중력 저하로 중요한 업무처리 힘들 거예요. 사실 보식기 첫째 날도 몸이 많이 피곤했어요.

6. 디톡스 다이어트에 도전해 보시고 싶은 분은 금식일수를 줄이거나 (개인적으로는 3~4일이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6일 금식기 대신  준비기나 보식기처럼 저자극 소식 다이어트를 12일 지속하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7. 저는 디톡스 다이어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입에 들어가는 한입 한입을 몸에 주는 영양과 영향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선택할 것입니다. 6일을 굶어 보니, 제 몸에 들어가는 음식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현명한 식습관으로 다시는 굶는 다이어트 안 해도 되도록 살고 싶어요.


이상 저의 디톡스 다이어트 후기 1편과 2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2021년은 모두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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