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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un 17. 2021

온라인 교육을 마치며

지난 삼일에 걸친 온라인 교육을 마치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1. 노안이 이미 왔거나 오고 있다

삼 일간 종일토록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온라인 교육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원래 시력이 나쁜데, 연말연초에 디톡스 다이어트를 한다고 6일간 굶었던 것이 후유증으로 남은 듯하다. 지면이 아니라 화면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이 신체적으로 굉장히 무리가 갔다. 교육을 이틀 마치고는 급기야 체력의 한계에 부딪쳐 저녁 8시에 잠이 들었다. 물론 마지막 날에는 새벽 2시에 일어나는 바람에 신체리듬이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2.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면서 매일 기본 프로그램만 네 개씩 열어야 했다. 그리고 그 기본 프로그램 안에 수많은 다른 파일에 접속해야 했다. 온라인 교육을 받으며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짜증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나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것을 어떻게든 단순하게 만들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만약 기본 프로그램 한 두 가지만 사용하며 교육을 받았더라면 덜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처음 사용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피로감도 아주 컸다. 마치 새 집으로 이사를 고, 가스레인지가 인덕션으로 바뀌어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던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3. 무식하면 용감하다

사실 교육받은 주제에 관해서 나름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3일에 걸쳐서 전 과정을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그동안 생략했던 (지나치게 단순화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런 부분이 생략되었다는 것을 몰랐을 때는 너무도 용감하게 일을 추진했고, 내가 한 일에 대해 나름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날 나의 작품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엉성한 부분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무식해서 용감할 수 있었다.


4.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다

다른 직장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전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모두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고,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나누고 싶었고, 모르는 것은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들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매일 일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짝 훔쳐볼 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길어지는 동안 사람과의 만남이 많이 그리웠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이제 다시 볼일 없겠지만 그래도 함께 보낸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5. 책임감이 지나치게 강하다

계속되는 소그룹 활동 중 정해진 시간에 할당받은 일을 끝내지 못하면 나는 쉬는 쉬간이나 점심시간에 혼자 남아 일을 했다. 간혹 토론 중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못하면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고,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에게 체력과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은 덜 완벽해도, 그게 최선이었다는 걸로 스스로를 용서하고 다독여야 함을 기억해야 된다.


6. 성취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항상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하다. 뭔가를 이루어야 스스로에게 존재의 가치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사를 하고, 직장에서 일 년을 마무리하고, 교육 후 수료증을 받고, 너무 지친 내 몸안에 갇힌, 몸보다 더 피곤한 나의 마음은 비명 소리를 낸다. 그래도 나의 의지는 내 나약한 마음을 밀어붙인다. 휴가 동안 또 다른 훈련을 받고, 되도록 빨리 자격증 갱신을 하라고 닦달을 한다. 무언가를 이룰 때마다 기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는 이미  머릿속으로 나의 다음 수를 계산하고 있다. 이런 내 모습은 곱게 땋아 놓은 머리 사이로 희번덕거리는 흰머리처럼 어딘가 어색하다. '한 박자 쉬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걷는 법을 배우자!'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워 본다.  매사에 열심히 임하는 그 자세가, 그 노력의 과정이 이미 빛난다는 것을 기억하자.


7.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

나는 쓸 데 없이 가방 이 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아는 것보다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심지어 전공분야에서 조차도 말이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평소에 꾸준히 배워독서 속도를 키워나가야겠다. 콤플렉스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나를 무식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자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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