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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ul 25. 2021

미국에서의 마지막 주말

코로나 19 검사 & 숲 속 공원 산책

다시 한국으로 가기 위해 받은 코로나 테스트의 결과가 하루 만에 나와서 다행이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외출은 가급적 자제해 왔고, 가끔씩 외출할 때에는 늘 마스크를 썼다.  외식을 할 때는 대부분 식당 밖에 놓인 테이블을 이용했다. 그래서 코로나 테스트의 결과를 많이 걱정하지는 않았다. 전에 미국으로 올 때에도 받아 보았기 때문에 테스트 자체에 대한 큰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절차가 간단하고 결과가 바로 나오는 Antigen 테스트와는 달리 PCR 테스트는 예약도 미리 해야 하고, 테스트 중에 자세한 건강 진단 과정도 있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부분 24간 정도 걸린다. 항공사에서 보낸 이메일 정보에는 코로나 접종 완료자에 한해 테스트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의 여행 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기관에서 보낸 정보와는 달랐다. 공항에서 갑자기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 일단은 PCR 테스트를 받은 것이다. 한국에 도착 후 격리 기간 중에도 앞으로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외출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감 때문에 바깥활동은 되도록 피해 왔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자전거 타기와 공원 산책이다. 전에 내가 한국에서 타던 자전거가 차고에 있는데 안장이 빠져 있길래 새로 구입을 하고,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 넣는 기구와 헬멧까지 구입을 했지만 계속 차일피일하다가 자전거는 결국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네이처 워크만이라도 꼭 하고 싶어서 주말 오후에 남편과 같이 집을 나섰다. 이곳에서 지난 삼 년간 산 남편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공원인데 넓은 주차장과 바비큐 그릴이 있는 잔디밭을 지나면 숲 속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여러 갈래 나왔다. 인터넷에 공원 표지 사진으로 올라온 계곡 위에 세워진 나무다리를 건너 길 양쪽으로 높이 솟은 나무들이 아치를 이루는 숲 속으로 향했다. 높이 솟은 나무 가지와 잎 사이로 햇볕이 약하게 보일 듯 말 듯한 숲 속을 걷는 기분이 환상적이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그 길 끝에 어느 동네가 보였다. 공원 산책로와 동네 길이 묘하게 경계를 이루는 곳에는 제법 큰 규모의 연못이 있었는데 그 또한 공원의 일부인 것 같았다. 호수 옆에 있는 정자에는 CCTV를 촬영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 힘 안 들이고 거대한 숲 속 공원을 언제든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 속 공원 산책을 마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스무디 킹으로 갔다. 그곳에서 나는 블루베리 해븐이라는 걸 주문했고 남편은 피넛버터와 바나나 등을 섞은 스무디를 주문했다. 음료를 가지고 매장 밖 테이블에 앉으니 어느새 태양은 사라졌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블루베리 해븐은 비위가 너무 상하지 않을 정도로 달달했다. (대부분의 미국 음식은 내 입에는 짜거나 달다.) 저녁으로 먹을 피자를 주문하고 일 마칠 시간이 다 되어 가는 아들을 픽업하러 갔다.


아들이 일하는 식료품 매장에서 우리가 한국으로 떠난 후에 남편과 아들이 끼니 거르지 말라고 고기를 여러 종류 골라 계산을 하고 문 앞으로 갔더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아들이 클락 아웃 하기까지는 대략 5분 정도 시간이 있어서 문 앞에서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그곳에는 우리처럼 식료품이 담긴 카트를 가지고 폭우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몇 더 있었는데 중에는 폭우를 용감하게 헤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는데 엄마를 따라 주차장으로 뛰어가던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떤 여아가 갑자기 쿵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순식간에 아이의 머리를 포함한 온몸은 길바닥에 닿았고 아이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비에 젖은 길이 하도 미끄러워 보여 아이가 머리를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남편은 차를 매장 문 앞으로 가져오겠다고 했고 나는 남편에게  뛰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남편이 차를 문 앞에 세운 후 물건을 싣고, 마침 문 앞에 나타난 아들을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는 길에 피자 가게에 들러 미리 주문해 둔 피자를 픽업했다. 내가 고른 씬 크러스트에 페타 치즈와 시금치로 만든 피자가 맛이 있었다. 남편에게 맛있다며 그 피자를 또 시켜 먹자고 했더니 다음에 미국 오면 먹자고 했다. 그때가 과연 언제가 될까?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저녁 식사 후에 물풍선 얼음 땡 놀이를 하려던 계획은  다음 날로 연기되었다. 대안으로 가족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신작 중에 아직 못 본 영화들은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어서 온 가족이 같이 보기에는 부적합했다.


저녁 이후의 시간은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즐기는 평범한 시간이 되어 버렸지만, 남편과 함께 숲 속 공원을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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