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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Aug 14. 2021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

아침 운동을 하고

먼 길 걸어간 곳은

육 개월 정기 검진 예약이 있는 치과

친절한 간호사에게 진료를 받고

너무 많이 자라 버린 머리를 하러

지하상가에 들렀다

딸이 고집하는  만화 주인공 헤어스타일을

헤어드레서에게 설명하고

오랜만에 내 머리도 다듬고

옷가게에 가서 딸 옷을 사 주고

서점에 들러서 책도 사 주고

지하상가에서 점심도 먹고

종일 걸었더니 너무 힘들어

집에 오는 길에는 택시를 탔다

집에서 잠시 숨만 돌리고

전통시장에 장 보러 가는 길에

전에 간 적이 있는 안경점이 보여

거금 들여 누진 안경을 맞췄다

최근 노안이 왔는지 눈이 침침하길래

시력 검사를 해 보았더니

전보다 더 나빠졌단다

전통시장을 헤매 다니다가

드디어 화원을 발견하고

부엌과 화장실에 둘 화분들을 샀다

집에 오니 또 밀린 집안일은 얼마나 많은지

설거지에 빨래에 바닥청소까지

심지어 라틴 올이 풀린 의자도 고쳤다


오늘 한 수많은 일 중에서

나를 돌본 시간이 너무 뿌듯하다

운동을 하고

치과 료를 받고

머리를 자르고

새 안경을 맞추고

식물을 사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

나를 잘 챙겨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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