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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un 24. 2021

먼저 떠난 선배를 생각하며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깨었다

마지막 인사도 없이 너무도 먼 곳으로

홀연히 떠나가 버린 선배를 생각하면

볼에는 어느새 차가운 강줄기가 흐른다


"한국에 오면 같이 밥 먹자!"

누가 먼저 했는지 모를

끝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긴 채

낯선 사진 한 장이 되어 버린 선배


선배는 불멸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이십 년은 더 살아 줄 거라고

마냥 씩씩하고 상냥했던 선배가

허공에 흩어지는 숱한 말이 될 줄이야


더 잘하라고 늘 자신을 몰아세우고

남 잘되라고 격려만 해 놓고

아파도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말없이 떠나버린 선배


깨어진 약속이 되기 전에는

낯선 사진이 되기 전에는

허공에 흩어진 숱한 말이 되기 전에는

선배를 참 많이 닮고 싶었다


이제는 아니다!

지키는 약속이고 싶고

익숙한 얼굴이고 싶고

의미 있는 대화이고 싶다


평생 일만 하다 생을 마감하지 않을 것이며

아플 땐 아프다고 말할 것이며

떠나기 전에는 작별을 할 것이며

하찮은 약속이라도 모두 지키고 싶다


우리 인생이 너무 짧아서

언제 떠나야 할지 몰라서

남겨진 이들에게 눈물이 되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에 편히 눈감고 싶어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너무 보고 싶어서

너무 안타까워서

미워져 버린 나의 선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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