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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Aug 17. 2021

출근 이틀 만에 눈물 흘린 사연

여름휴가를 마치고 다시 출근을 했다. 코시 중에도 먹고살아야 하는 동료들은 다 제 자리로 돌아왔고, 첫날 아침에는 직원 설명회를 위한 전체 회의가 있었다. 주로 사회자이면서 연설자인 대표의 일방적인 정보전달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오후에는 밀린 서류 정리와 다른 곳에 분산되어 있는 회사 비품 정리를 했다. 그 외에도 이곳저곳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퇴근시간이 됐고, 올해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나는 칼퇴근을 했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니 엄청 피곤했다. 직장에서 간단하게 때운 점심 탓에 무척 배가 고파서 정신없이 음식 흡입을 하고 샤워를 했다. 마지막으로 좋은 수면 습관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직장에서는 대대적인 직원 교육이 있었다. 직원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해 온라인으로 종일 교육을 받는 날이다. 부서마다 모두 같이 온라인 교육을 받는 데도 있고, 따로 개별적으로 받는 데도 있다. 내가 속한 부서는 효율성을 위해 각자의 속도에 맞게 개별적으로 교육을 받으면서도 간간히 얼굴을 마주 보고 서로 의견교환과 질의를 했다. 나와  동료는 데이터도 공유하고 데이터 분석에 참여도 하고 또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 아이디어도 공유했다. 여름휴가 동안 따로 받은 교육에서 배운 정보 공유도 했다. 동료는 나와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같이 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일했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조언해 주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약이다는 말이 이 경우에 해당되는 듯싶다.) 협업에 관한 한 다소 교과서적인 나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서 내에서 정보 공유와 아이디어 교환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는 이상적인 협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 교육과 토론으로 보내다가 타 부서 직원과 의논할 일이 생겼다.


내가 타 부서 직원을 만나러 갔을 때는 이미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타 부서 직원 역시 오랜 세월을 같은 회사에서 얼굴 보며 일해 온 사이다.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냈는지 등으로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다가 갑자기 여름휴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타계한 퇴직 동료 이야기가 나왔다. 타계한 퇴직 동료의 남편 역시 나와 친분이 있는 사이지만, 부인이 죽고 난 후의 근황을 묻는 게 너무 어색하고 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계속 고민하던 중이다. (나와 퇴직 동료는 나이 차이가  많았다.) 퇴직 동료가 일흔의 나이에 퇴직한 후 삼 년 만에 타계하는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보낸 그녀의 남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지 이틀 만에 동료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 동료도 내년쯤에는 퇴직을 하려고 이미 마음을 먹고 있는데, 어쩌면 나는 동료에게 내년에 꼭 퇴직을 하라고 눈물로 호소를 한 꼴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평생 일만 하다가 퇴직 후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타계하는 동료의 소식을 듣고 싶지 않다고 하면 나의 오지랖일까? 일도 좋지만 누구나 아직 건강할 때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직장에서 때아닌 눈물을 보이고 퇴근 후에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슬픔을 꼭꼭 눌러 왔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죽음은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음을 더 이상 그와 소통할 수 없음을 뜻한다. 나는 아직도 가끔 궁금하다. 만약 퇴직한 동료가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나에게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얘기를 해 줬다면 내가 조금 덜 슬펐을까? 그러고 보니, 내가 좀 덜 슬프자고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슬픔 앞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이기적이다. (아니면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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