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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Sep 11. 2021

말 잘하는 상사가 예쁨 받는다

올해로 십일 년째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원래 필요한 일은 알아서 척척하는 스타일이라 동료뿐만 아니라 상사에게서도 특별히 간섭을 받지 않는다. 물론 동료 중에는 그런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어떤 프로젝트를 착수하고 동료들에게 같이 해 보겠냐는 제안을 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콜라보가 굉장히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지만 아이러니하게 콜라보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의 제안을 받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돕겠다는 사람이 몇몇 있어서 일을 시작한 보람이 있겠다 싶었다.


다음날 직장 상사가 근무 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에 아직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


회사 광고 차원에서 그 프로젝트에 VIP 고객 참여가 가능하도록 회사 대표에게 허락을 받는 게 좋겠는데...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내도록 해... 나도 예전에 비슷한 프로젝트 많이 했었어.


본인이 원하는 걸 왜 나를 통해 시키는 걸까? 그 일은 일반 고객의 복지를 위해 내가 고안한 것이다.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행하고 있는 나를 고마워하기는커녕 마치 내가 하는 일이 본인의 과거 업적에 비해서 별거 아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들으니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내라는 상사의 권고를 어기면 분명히 불쾌해할 것이고 나중에 나의 업무 평가에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상사아이디어 또는 어젠다를 나를 통해 대표에게 전달하려는 태도가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상사는 이전에도 듣는 사람이 불쾌하도록 하는 어법을 사용할 때가 종종 있었다. 주로 Manipulation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걸 이루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기본적인 예의 정도는 차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당하는 사람도 어쩌면 알면서도 속아줄지도 모른다. 사람을 부리려면 최소한 다음 사항을 지켜야 할 것이다:

1. 직원이 잘한 일은 인정을 하거나 칭찬한다.

2. 대표에게 본인의 의사는 본인이 직접 전달한다.

3. 다 된 밥에 재 뿌리지 않는다.

4. 직원의 공을 가로채지 않는다.


어찌 된 게 위로 갈수록 양심은 줄어드는 것 같다. (위치와 양심 반비례의 법칙- 급하게 날조했음) 모두들 일은 하지 않고 타인의 공만 가로채려고 한다.(이건 모든 인종이 다 같은 양상을 보임) 회사 생활에서 상당히 정치적인 그들은 다른 직원들도 일을 할 때 자신들과 같은 마인드로 시작할 거라 착각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월급의 대가로 제공하는 노동력이 고객에게 좋은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최근 고객들과의 미팅이 있었다. 동시에 화상으로 진행된 미팅에서 그 시간대에 참여했던 세 명 중에 두 명이 모두 너무 감사하다고 진심을 담아 말해주었다. 최근 한 달간 토요일도 반납하고 열일하는 일중독자인 나에게 감사하다는 고객의 말 한마디면 족하다. 어차피 월급은 회사에서 받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상사든지 아랫사람을 부리려면 사람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일 잘하는 직원을 더 격려하려면 타박이 아니라 칭찬을 해야 함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아랫사람이 일을 잘해서 회사에 이익이 되면 윗사람에게도  되지 실이 되지 않는다. 상사가 무능하게 보이는 것은 사람 다루는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아랫사람이 자신보다 꼭 일을 잘하거나 돋보여서가 아니다. 자신의 역량과 부하 직원의 역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자신의 무능함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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