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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Sep 14. 2021

새벽의 불청객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 불청객의 전조는 악몽이다. 악몽 속에서 나는 버려졌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왜 나를 두고 가야 하냐고? 아마도 내가 아리랑에 너무 심취했었나 보다. 나의 무의식에서 나는 버림받은 가엾은 여인이다. (정말 우스운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빌어 먹을 꿈같으니라고)


마의 시간은 새벽 두 시에서 새벽 네 시라고 하지만, 최근 들어 점점 시발점이 당겨지고 있다. 악몽을 꾼 후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삼십 분에서 한 시간 가량 다시 잠들기 위해 침대에서 가만히 누워 있기로 이어진다. 상당 시간이 흐른 후에도 다시 잠들 수 없을 때는 말 그대로 달밤에 체조를 한다. 훌라 후프를 돌리며 <지금은 방송 시간이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는 수많은 채널 중에서 재방송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어제는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강연을 보았고, 오늘은 27년간 치매 걸린 부인을 돌보는 할아버지에 관한 사연을 보았다. 치매 걸린 할머니는 12년 전에 골절상까지 입어서 휠체어를 타야 외출을 할 수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외출을 하신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치매로 17년간 고생하시다 작년에 작고하신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을 쏟으며 보았다.)

 

눈물겨운 운동을 마치고 나니 갑자기 이가 닦고 싶어졌다. 다시 잠들기 시도를 해 보아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이른 아침을 먹기로 했다. (고등어구이를 데우고, 130g짜리 잡곡밥을 데워 손수 만든 양파 장아찌와 함께 든든한 한 끼를 먹었다.) 이 모든 것을 마치고 난 시각은 새벽 네 시.


다시 이를 닦고, 잠자리에 들면 나는 부족한 수면 시간을 채울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이 하루 네 시간 수면을 했다고 어느 침대 광고에서 본 적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안 잔 걸까? 아니면 나처럼 불청객의 방문으로 못 잔 걸까? 서둘러 잠자리에 들면 최대 두 시간은 더 잘 수 있다. 맘이 조급해져서 일단 이렇게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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