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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Sep 24. 2021

악몽의 종류

그동안 참 많은 악몽을 꾸었다. 그래서 기억나는 악몽을 종류별로 정리해 보려 한다.


1. 악마

대략 20년 전으로 기억된다. 꿈에 자꾸 악마가 나타나서 고생을 했다. 종교에 입문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여서 그랬는지 악마와 자꾸 마주하게 되니, 꿈속에서 조차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기도로 악마를 물리치곤 했다. 믿음의 힘으로 극복한 것이다. 그때는 절실하게 신앙에 매달리고 싶었던 시기였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 의지할 곳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2. 깨어날 수 없는 꿈

마치 영화 <하루>에서처럼 같은 일이 자꾸 반복되는 꿈이다. 꿈에서 나쁜 일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위눌린 듯한 느낌이 오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꿈에서 깨어나려고 애써지깨어났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사실은 계속 꿈속에 갇혀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꿈속에서 <이건 꿈이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깨어나야 해>라고 꿈을 깨기 위해 무한 반복을 하는 그런 상태가 된다.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것도 꿈이고 또 깨어났는데 그 또한 꿈인 어이없는 일의 반복이다.


3. 누군가에게 쫓김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고 붙잡힐 것 같은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순간에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개 달린 새처럼 공중을 날아서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꿈속에서 장면의 변화가 빨리 자주 일어난다. 어떤 공간은 익숙하고 어떤 공간은 아주 낯설다. 자유롭게 날아서 안전하게 이동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종류의 꿈을 꾸고 나면 그게 악몽이었는지 즐거운 꿈이었는지 헷갈리게 되고, 가끔씩은 더 날아다니고 싶어서 꿈에서 깬 후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4. 신체적 결함

최근에 꾼 꿈에는 주위에 환자들로 가득했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이상하게 팔다리가 조금씩 없어지는 증상인데 짧아진 팔다리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울하다기보다는 이상하게도 즐거워 보였다. 그 때문에 이상하고 불편한 꿈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그다지 괴롭지는 않았다. 평소 신체의 변형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문신이나 브랜딩, 심지어 귀걸이를 제외한 피어싱도 모두 싫어한다. 성형 수술과 다른 큰 수술은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과 후유증 때문에 상당히 겁을 낸다. 공상과학 영화 중에서도 신체에 변형이 일어난 인물들이 나오는 것은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이런 악몽을 꾸는 듯하다.


5. 죽은 사람들과의 재회

개인적으로 아는 죽은 사람은 주로 가족이나 친척에 국한된다. 그들이 죽고 내가 장례식에 참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처음으로 짝사랑한 여고 시절 국어 선생님은 예외적이다. 그분은 가족은 아니었지만, 그분의 존재는 성장기의 나에게 정서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가족들의 죽음. 갑작스럽게 다가온 죽음으로 충격을 주었지만, 사실 모두 그전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오랫동안 겪고 있었다. 죽음은 가족들에게 어떻게 보면 그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가끔씩 죽은 가족을 꿈에서 볼 때가 있다. 어떤 때는 그들이 죽었음을 내가 꿈에서 알 때도 있고, 모를 때도 있다. 어떤 때는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있고, 안 나눌 때도 있다. 그들을 꿈에서 본 후 좋은 일이 생기는지 나쁜 일이 생기는지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대체로 꿈에서 가족을 본 후에는 기분이 우울했던 것 같다.


6. 헤어진 연인

고등학교 짝사랑 이후, 결혼 전 만났던 사람이  있다. 결혼 후, 가끔씩 헤어진 사람을 꿈에서 볼 때가 있다. 꿈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슬퍼한다. 헤어진 사람을 꿈에서 만나면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하다. 제발 내 꿈에 나타나지 말길 바란다.


이렇게 악몽을 정리해 보니 내가 꾸는 악몽은 주로 불청객에게 시달리는 꿈이다. 악마, 가위 누르는 존재, 나를 쫓는 존재, 병마, 죽은 가족, 그리고 헤어진 사람 등. 이런 불청객은 나의 무의식의 소환인가, 아니면 초자연적인 현상인가? 신빙성 있는 꿈의 과학이 있다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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