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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Oct 19. 2021

미움의 습관

오랜 시간 같은 곳에서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그중에는 꼭 누군가를 미워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로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늘 불평과 불만을 달고 산다. 누구누구는 이러이러해서 싫고,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늘 불평 또는 불만에 가득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레이더에 걸리곤 할 때도 있다. 그들은 불평과 불만 거리를 찾아 늘 도끼눈을 뜨고 다니지만, 누군가가 해결책을 제시하면 왜 그 방법이 싫은지에 대해서 또 열심히 괘변을 할 뿐, 자신들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성의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협업을 좋아하고 협업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이지만 이런 무리들 속에 둘러 쌓여 일을 해야 할 때면 생산성 없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고구마를 몇 개는 집어삼킨 듯한 숨 막힘이 느껴질 때가 많다. 지난 일 년간 <협업의, 협업에 의한, 그리고 협업을 위한> 상호작용을 도를 닦는 심정으로 견디었지만, 그들은 결국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 중간인들의 삶의 방법은 무시무시하다. 그들의 생존 방식은 마치 <오징어 게임>에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파트너를 정하듯 혈안이 되어 무리를 이룬다. 그들은 나약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신들보다 뛰어난 사람도 견디지 못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것은 이런 걸까? 자신의 의견을 제안하면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 하고, 게다가 모든 책임까지 혼자 져야 한다.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처럼 이리저리 던져지고 밀쳐진다. 발전을 싫어하고, 변화를 격혐하는 단체에서 살아 남기란 정말 힘들다. 누군가를 미워해야만 하는 사람들 무리에 속하기 위해, 이유 없이 조건 없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 같이 소외를 당하는 것조차 감당해야 하는 직장 생활이 때론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는다.


어제는 일 끝나고 병원에 갔다. 검사를 받고 항생제를 받았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면 이렇게 종종 몸이 망가진다. 그래도 몸이 아플 때는 내 몸을 돌보느라 마음에 생긴 상처에 조금은 무뎌진다. 남의 돈 버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그래도 직장은 나가야 대출금도 갚고, 애들 대학 공부도 시키고,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어른들 세계 특히 직장인들의 세계에서 다 같이 먹고살자고 일하러 온 곳에서 누군가를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시간에 자신이 은 일 열심히 하고, 자기 발전을 추구했으면 좋겠다. 직장에서 누군가를 이유 없이 끊임없이 미워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조직의 암세포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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