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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Oct 02. 2021

휴식하고 싶지만 휴식할 수 없는 주말

평소보다 훨씬 늦은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잠이 들었지만, 여전히 새벽 다섯 시 기상. 제8**8 부대가 소재한 마을에서 태어나 유년기 시절에 군인들 기상나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 탓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새벽잠이 없어진 탓인지 이른 시간에 기상을 하니 몸이 너무 고단하다. 나의 몸은 제발 수면을 달라하고 나의 정신은 게으름 피우지 말라고 한다. 피곤했던 한 주를 되돌아보면 주말에라도 푹 자 둬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지난밤 남편과 신경전을 벌이기 전에 (아직 남편은 격리 시설에 있고 14일 격리를 다 마치고 집으로 올 예정이다.) 전날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꿈에서 총각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신 나의 첫 짝사랑 국어 선생님과 돌아 가신 친정 엄마를 보았다. 꿈속에서 나에게 화를 내실 것 같던 엄마가 순간적으로 슬픈 표정으변해서 <그래, 네가 이겼다!>라고 하셨다. 엄마 옆에는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어 보이는 정체 모를 사람도 같이 있었다. 이상한 꿈이지만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꿈에서 깬 후 꿈 해몽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에 나온 여러 일화가 나의 꿈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서 그것이 흉몽인지 길몽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꿈속에서 선생님을 만나 좋았지만 엄마의 얼굴이 슬퍼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몇 주 전부터 주말에 직장으로 나가는 대신 밀린 업무를 집에서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오고 가는 시간 낭비는 없지만, 주말에 집에서 조차 일을 하는 워라밸이 전혀 실현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평소 비판적인 향이 강한 나는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할 때가 많다. 탈 완벽주의를 결심한 건 벌써 오래전이지만 아직도 나는 발전 없이 정체된 삶을 견디지 못한다. 항상 배워야 하고 항상 성장해야 하니 휴식 없는 주말은 필연적이다.


이런 나의 생활에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면서 의욕 없는 또는 개념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을 때 짜증이 난다. 며칠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원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이전에 화장실을 쓴 사람이 대변을 본 후 물을 안 내리고 가 버린 것이 아닌가! 순간 나도 모르게 "Holy Sh**!"이라고 외치고 그냥 나와 버렸다. 다른 일화로는 직원들이 모두 쓰는 복사기 용지를 입사 후 처음 4년간은 정말 갈 때마다 다 채워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써야 하는 복사기에 종이가 떨어져도 다른 이들은 나 몰라라 한 것이다.) 근무 시간 동안 딴짓을 한 적도 없고, 일 분이라도 일찍 자리를 뜨게 되거나 늦을 때는 항상 알렸다. 다시 화장실 얘기로 돌아와서 변기가 더러울 때는 변기 의자를 손 씻는 세재로 깔끔히 닦은 적도 부지기수이지만, 남이 싸 놓은 똥까지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인 것이다. 일찍 출근을 할 때면 늘 아침 일찍 직원 화장실에서 설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범인에 대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그게 누가 되었든 간에 왜 굳이 직장에서 대변을 보는지 (그것도 설사를)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얼마나 정신없이 살면 똥 싼 후에 물도 못 내릴까 싶었다. 거듭 말하지만 남의 똥까지 치워줄 정도로 나는 친절하지 못하다.


어제도 퇴근 후에 집에서 리서치를 하며 몇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기획에 상당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주말에 눈앞에 펼쳐진 산을 등산한다는 것은 그림의 떡처럼 현실성이 없다. 너무도 휴식하고 싶지만 휴식할 수 없는 주말, 그래도 내 곁에는 나의 든든한 지지자인 나무들과 식물들이 있어서 좋다. 믿음이 있고, 인내심 강하고, 말 잘 듣는 나의 지지자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퀄리티다. 때마침 밖에서 새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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