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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Nov 28. 2021

뒤늦게 본 이태원 클라쓰 후기

이틀 간에 걸쳐 이태원 클라쓰를 보았다. 휴가 동안 볼 영화와 드라마를 뒤적이다가 전에 외국인들에게 추천받은 드라마가 생각났다. 뭐 특별히 기대는 하지 않았고, 그냥 어떤 한국 드라마이길래 외국인들이 흥미있어 했는지 궁금한 정도였다.


드라마에서는 이태원을 한국 속에서 세계 여러 문화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십 대 때 처음 이태원에 갔을 때 외국인으로 붐비는 거리가 분명 흥미롭게 느껴졌으리라 생각되지만 사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태원에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를 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눠진다.


1) 등장인물들의 다양성


-중졸의 전과자

-깡패 출신 전과자

-고아

-편부모 가정

-서자

-성전환자

-혼혈아

-왕따 피해자

-노처녀


주인공 외에도 주변 인물들 모두가 한국 주류 문화에서 볼 때 소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한국 주류 문화에 속하려면 한국 남자와 한국 여자가 결혼 후에 아이를 낳아 기르며 같이 한 집에서 살아야 하고, 그 아이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 교육을 받아 취업을 해야 한다. 평범한 한국인으로 살려면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태원 클라쓰에 나온 등장인물들은 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편견을 받는 그런 사람들이다.


2) 세대 간의 갈등: 구세대 vs 신세대


구시대의 사고를 대표하는 장가의 설립자와 신세대를 대표하는 단밤 사장 박새로이의 <무릎 꿇리기> 대결은 흥미로웠다. 불의를 참지 못해 퇴학을 당하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박새로이와 달리 장가 대표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버리는 것 또한 주저하지 않는다. 장가 대표가 자신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박새로이 앞에 무릎을 꿇지만 결국 무시당한다. 마치 구세대와 신세대의 피 터지는 전쟁을 보는 것 같았다.


3) 애정관: 선택받기 (수동형) vs 선택하기 (능동형)


드라마 속에 그려진 애정관계는 복잡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인공 박새로이가 누구와 맺어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갔으리라고 본다. 박새로이가 좋아하는 장가 사람과 박새로이가 좋아 대학도 포기하고 옆에서 단밤 매니저로 일하며 회사를 키운 젊은 아이. 나는 박새로이가 단밤 매니저와 잘 되길 바랬고, 열 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좋은 결실을 맺었을 때 (긴 시간 투자해서 드라마를 끝까지 본) 보람이 있었다. 누가 노력하지 않는 사랑을 마냥 좋게 보겠는가? 박새로이의 장가 여(사)친과 매니저가 신경전을 벌일 때 나름 긴장감 있고 흥미로웠다.


위에서 말한 등장인물, 세대 간의 갈등, 애정관 이외에도 박새로이가 세운 단밤의 경제적 성장 과정 또한 유익했다. 이 부분은 경제 전문가께서 따로 다뤄주시길 바라며 이상 뒤늦게 본 이태원 클라쓰의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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