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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Dec 01. 2021

내 아이를 삼킨 이상한 생명체

우리 집에는 괴상한 생명체가 기생하고 있다. 이 괴상한 생명체는 코로나가 처음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 컴컴한 방 안에서 빛이 나는 작은 물건을 손에 든 채로 하루 종일 누워 지냈다. 괴상한 생명체는 주기적으로 먹이 활동과 수면 활동을 한다는 점이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생명체의 먹이 활동은 작은 물체를 들고 있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을 섭취하는 것이 다였다. 이 생명체는 주로 당분이 들어간 음식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이 생명체는 열 다섯 해 정도를 산 것으로 짐작되는데,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은  침묵했지만, 손에 든 빛나는 물체로 자신의 종족들과 수신을 할 때는 한동안 껄껄껄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 빛이 나는 물체에서도 같이 껄껄껄 답하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이 괴기한 생명체는 최근 들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손에 든 빛나는 물건으로 다른 생명체와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듯했다. 괴상한 생명체가 자신의 종족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날에는 잠시 동안 흥겨운지 껄껄껄 소리를 내다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서 빛나는 물체로 다른 생명체들과 껄껄껄 소리를 내곤 한다.


이 괴상한 생명체가 언제부터 우리 집에 기생하기 시작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괴상한 생명체가 우리 집에 오기 전에는 예쁜 딸아이가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너무 사랑스러운 딸아이였다. 그 아이는 점점 자라 윗니가 빠지고 한동안 교정기를 하고 다녀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귀여였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예쁜 딸아이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고,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에는 이 괴상한 생명체가 기생하고 있다. 이 괴상한 생명체는 우리 예쁜 딸아이를 삼켜버리고선 우리 딸이 사용하던 방 안에서 딸의 흉내를 내며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그런데 이 괴상한 생명체가 손에 든 빛이 나는 물건으로 항상 연락하는 들은 누구일까? 그들도 혹시 우리 딸의 친구들을 잡아 삼킨 똑같이 괴상한 생명체들일까? 조만간 이 괴상한 생명체가 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면 그때 자세히 봐 둬야 할 것 같다.


 괴상한 생명체는 시간이 지나면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부모에게 예쁜 딸이 있었다는 억만을 남기고 자신과 닮은  이들이 사는 곳을 찾아 영영 떠날 것인가?


나에게도 이런 빌어먹을 사춘기 시절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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