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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Dec 18. 2021

마스크에 가려진 당신의 얼굴

함부로 상상해서 죄송합니다

이틀에 한 번씩 얼굴 보며 지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얼굴을 사실 반쪽도 알지 못한다. 마스크 위의 얼굴 반쪽조차도 모자를 쓰거나 앞머리로 이마라도 가리게 되면  잘 알 수가 없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자주 대하다 보면 그들의 얼굴을 내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되는데, 돌연히 그들이 마스크를 벗는 순간이라도 올 때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유인즉슨, 공개된 그들의 얼굴은 내가 예상했던 얼굴이 아닐 때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마스크 쓴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마스크에 가려진 나머지 얼굴을 이미 상상하고 있었으며 그런 식으로 그들의 얼굴을 알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사실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드러난 상대의 얼굴이 내가 함부로 상상했던 얼굴이랑 너무도 다를 때이다. 나는 보이는 상대의 눈을 기준으로 코와 입의 위치와 크기, 나머지 얼굴의 크기와 모양새를 머릿속에서 이미 판단해버린 거였다. 그들이 마스크를 내리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는 순간, 나의 상상과는 너무 어긋나는 그들의 얼굴과 마주해야 할 때 놀랍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가끔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마스크는 코와 입을 가림으로써 사람들의 얼굴을 아름답게 만드는가? 솔직히 마스크를 벗어서 더 빛이 나는 얼굴은 반대인 경우에 비해 숫적으로 차이나게 적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통계이다.) 사람들의 얼굴은 좌우가 백 프로 대칭이 아닌 경우와 각 부분의 크기 또한 제각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스크가 내려지는 순간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기를 해야 한다. 내가 놀랐음을 알게 되면 상대방은 아마 더 놀라게 될 것이고 나에게 물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왜 내 얼굴을 함부로 상상하고 그래요?


하도 궁금해서 가족들에게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보고 놀란적이 없냐고. 그랬더니 거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을 대할 때 마스크를 쓰면 쓴 대로의 얼굴, 마스크를 벗으면 벗은 대로의 얼굴에 그냥 익숙해진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하게 들리는 대답이었다. 다행히 나머지 가족은 나처럼 상대방의 보이지 않는 부분의 얼굴에 대해 함부로 상상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마스크에 가려진 나머지 얼굴을 상상하는지 상상하지 않는지 말이다. 내가 상상력이 뛰어난 건지 아니면 필요 이상으로 상대방의 얼굴에 관심이 많은 건지 궁금하다.  


짧게는 몇 개월을 길게는 몇 년을 주기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 너무 놀라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상대방의 얼굴을 마스크와 함께 인식하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해야겠다. 마치 마스크가 그 사람의 얼굴의 일부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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