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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Dec 11. 2021

드디어 추가 접종을 하다

처음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은 건 지금으로부터 그러니까 구 개월 전이었다. 그때는 백신이 귀할 무렵이라 아직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때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추가접종 시기가 한참 지난 후에 하게 되었다.


코로나 백신 추가접종을 하고 이틀 밤이 지났다. 몇 주전 독감 주사를 맞았을 때도 몸살처럼 아팠던 터라 코로나 추가 접종도 만만하지 않을 거라고 이미 생각은 하고 있었다. 추가접종도 하필 지난번 접종한 거랑 같은 종류였다. 오한이 들고, 근육이 아프고 등등은 견딜만한데, 지난번처럼 심장에 통증이 온다. 심지어 이틀 밤이 지난 후에도 말이다.


코로나 백신 초기 접종 때 이미 겪어 봤던 터라 내가 선택할 수 있었으면 다른 백신과 교차접종을 했을 것이다. 추가 접종 시기도 놓쳤고 먼저 백신 접종 예약이 된 남편과 이 접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접종 후 다음날 병가를 낼까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그날 교육받는 일정이 잡혀 있었고 게다가 저녁에는 퇴근 후에 이어지는 추가 외근 업무가 있었다. 직장에서 내가 꼭 참석해야 하는 일 년에 몇 안 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것마저 못 간다고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의 성격상 꼭 받아야 하는 교육을 안 받고 넘기지는 않을 거고 병가를 낸다면 주말 중 하루를 꼬박 직장에서 보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추가 접종 12시간 후 출근 준비를 하고 직장에  일찍 도착해서 열심히 교육을 끝냈다. 비슷한 교육을 년 중 주기적으로 몇 차례 받다 보면 아무리 긴 교육이라도 빨리 끝내는  요령이 생긴다. 교육을 마치고 다음 주 계획까지 다 세워놓고, 전 직원회의에 참여하고, 동료들과 잡담을 나눈 후에 집으로 향했다. 외근 준비를 하려면 집에 가서 이것저것 채비를 해야 했다. 다 큰 아이들이 잘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머리 손질도 해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계획까지 세워야 했다.


집으로 오니 각 방문들은 모두 닫혀 있었고 인기척이 없었다.

집에 아무도 없어?

그제야 첫째가 방문을 열고 내다봤다. 그리고 다른 식구들도 모두 각자의 방에 있다고 했다. 이상하지만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남편과 첫째는 전날 나와 같이 코로나 추가 접종을 했고, 둘째는 가족과 어울리기에는 너무 잘난 사춘기족 깡패였다. 부부 동반으로 참석해 년 중 몇 안 되는 나의 반 강제 외근 추가 근무를 지지해 주기로 했던 남편은 침대에 꽁꽁 싸매고 누워 움직이질 않았다.

많이 아파?

남편은 좀 오한이 들지만 금방 일어날 거라고 했다. 나는 옆에서 머리를 손질한다고 둘째가 쓰는 기구를 들고 와서 머리 손질하는 시늉을 끝내고 한참 후에야 남편이 나에게 혼자 외출할 수 있겠냐고 묻더니 괜한 소리를 했다며 곧바로 후회를 했다.


다 큰 아이들이 먹을 피자와 스파게티를 시켜 주고, 택시를 잡아 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다른 동료들이 오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아 있어서 남편과 저녁을 먹으려고 근처 식당을 찾아보았다. (도대체 얼마 만에 외식인가!) 몇 해전 우리가 살았던 동네와 그리 멀지 않아 이전에 우리 가족이 자주 갔던 식당을 알아보니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런 번화가도 코로나라는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식당들이 하나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예전에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 자주 가지 않았던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가격도 아주 착하고 상당히 친절하게 변해 있었다. 맛있게 먹고 남편이 화장실에 간 동안 계산을 하니 젊은 직원이 "목소리가 참 예쁘신 것 같아요!"라고 칭찬을 해 주었다. 살면서 가끔 들어 본 칭찬인데, 사실 "얼굴이 참 예쁘세요!"라는 칭찬보다 더 듣기 좋았다.


다시 약속 장소로 가니 동료들이 모두 도착했고, 우리를 초대한 기관에서 <귀빈> 목걸이를 달아 주었다. 행사는 아주 멋지게 잘 진행되었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떠나는데 갑자기 주최 측에서 다시 와서  "대표님께서&@#@#하십니다." 사실 뭐라고 말했는지 잘 들리지도 않았는데 우리 일행은 발길을 돌려 가야 했다. 다름 아닌 사진을 찍자는 거였다. 우리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더니 실상은 우리와 사진을 찍고 싶으니 우리더러 줄을 서서 그곳 대표와 사진을 찍을 차례를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사진을 박아댄 후에야 우리를 놓아주었다. 낯선 곳에 떡하니 걸려 있을 또는 박혀있을 사진 속의 나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뭐 내가 매일 봐야 하는 것도 아니니 모른 체하기로 했다.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 30시간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거실 보일러를 틀었다. 침대에 꽁꽁 싸매고 누운 남편에게 잘 자라고 했더니 자신과 침대에서 같이 안 잔다고 서운해하더니  잠이 들었다. 새벽 한 시경 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일어나 보일러를 끄고, 이불을 차고 다시 덮고를 반복하다가 잠든 지 여덟 시간 이후에 일어났다.


앞으로 이런 생활을 일 년에 두 번씩 해야 하나? 접종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왜 감염자도 계속 늘어날까? 바이러스 변이가 자꾸 생기면 백신이 효과가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지구 상의 모든 인구가 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스 알파벳 개수는 유한한데 바이러스 변이의 개수는 유한할까? 등등의 지극히 문과적인 수많은 생각을 하며 코로나 백신 추가접종 후기를 마친다. 이런 기우보다 사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오늘 밤 들이닥치기로 한 우리 집 사춘기족 깡패와 일당들이다. 그전에 다른 세 식구의 몸 상태가 좀 호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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