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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Dec 24. 2021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이브다. 올해는 나 자신에게 훌륭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기로 했다. 여독으로 아직 피곤한 몸으로 일어나자마자 통장에 돈이 들어왔는지 확인을 했다. 다행히 월급은 정상적으로 들어왔다. 급한 대로 월급 통장에서 오백만 원 상당을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주 거래 은행이 두 개다 보니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약간은 귀찮은 과정이다. 그리고 다시 대출 계좌에 또 돈을 보내야 한다.


점심시간 전에 대출을 받고 있는 두 번째 은행에 도착했다. 다행히 작은 주차장에 주차 공간이 여러 개 있었다. 주말이며 크리스마스 이브라 은행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오늘의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남편까지 같이 은행으로 갔다. 그리고 드디어 남아 있는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 아파트로 옮기면서 받은 대출금 칠천만 원을 상환하는데 꼬박 칠 개월이 걸렸다. 대출금을 상환할 때조차도 대출해준 은행의 서비스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돈을 다루는 사람이 거래액을 정확하게 하지 않거나, 남의 사생활에 너무 관심이 많거나, 남의 경제력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고 발언한 적도 있었다. 그들의 예상을 뒤엎고 나는 칠 개월 만에 대출금 전부를 상환했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비로소 내 손으로 마련한 집이 생겼다.


은행 직원의 실수로 손해 본  돈을 다시 돌려받고, 대출금 상환 후 대출 말소 서류를 하고 은행 주차장으로 나와 내 집 마련을 자축하기 위해 시장에 들렀다. 그런데 현금이라고는 고작 이 만원 밖에 없어서 사과 한 봉지와 계란 한 꾸루미를 사서 곧바로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는 둘째에게  대출금을 다 갚았노라고, 나에게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노라고 말했더니 둘째는 아무 말 없이 '(우리 엄마가) 왜 저렇게 호들갑이지?'라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올해 들어 벌써 아파트 대출금을 두 번이나 상환했으니 (한 번은 이전 아파트를 팔 때 했었다.) 이 정도면 한 해의 업적치고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래도 아직 새로 산 차 대출금이 남아 있으니 완전히 빚 정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남편아, 차 대출금은 알아서 해결해 주세요!) 내 집이 있다는 것에, 이제는 빚 때문에 목숨 걸고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이제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그래도 퇴직의 길은 아직 까마득하다. 아파트를 팔고 땅이 있는 집을 사서 텃밭을 가꾼다고 해도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는 여전히(그것도 자그마치 앞으로 30 년간)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가족이 함께 우리 집에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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