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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ul 22. 2022

이름이 곧 브랜드인 사람들

판소리 명인의 강의를 들은 소감

나는 판소리를 좋아한다. 아니 한국 전통음악을 사랑한다. 듣는 것도 따라 부르는 것도 좋아하지만 전통 악기들의 투박하면서 정겨운 소리를 좋아한다. 한 때는 전통 악기를 여러 가지 배운 적도 있었다. 대금, 장구, 꽹과리, 해금, 그리고 가야금까지. 그중에서 가야금 소리를 제일 좋아한다.

다만 끈질기게 배운 게 없어서  다루는 악기는 없다.


한 달 전 지역 신문에 유명한 판소리 명인이 강연을 하러 온다는 광고가 있었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시민들에게 무료로 하는 강의였다. 워낙 잘 알려진 분인 데다가 내가 전통음악을 즐기니 꼭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예약을 했다. 이후 회사 동료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명인의 강의도 듣고 동료와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무척 기대되는 날이었다. 강의가 있는 지역문화원 근처 차집에게 만나기로 했는데, 동료가 하던 일을 못 끝냈다며 문화원에서 강의 전에 바로 만나자고 했다. 약간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의 시작 한참 전에 집을 나섰지만 그날따라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약속 시간이 약간 지나서 겨우 도착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지자체 정치인들의 개회사를 먼저 들어야 했다.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이런 지자체 주관 행사에 종종 있는 일이었다.


드디어 판소리 명인이 나왔다. 그녀는 노래 반 강연 반으로 한 시간 남짓 열심히 강의했다. 최근 성대에 무리가 와서 항생제 처방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신을 다해 노래하고 강의하는 그녀를 보며 자신의 이름이 곧 브랜드인 사람들의 노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회사의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의 압박은 클 것이다. 그것이 미용이든, 강의든, 출판이든, 사업이든 분야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녀가 한 강의는 다른 곳에서 아마도 이미 셀 수 없이 한 내용일 것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이고 자신의 특기인 노래로 강의 시간의 절반을 채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이해하는 내용을 비전문가에게 (관객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관객들을 자발적으로 참여시키고,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에서 프로정신을 보았다. 그녀는 프로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프로였다. 그녀는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대에 선 일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녀의 그런 프로정신을 본받고 싶었다.


강의가 끝난 후 동료와 함께 가벼운 식사를 하고 또 맥주도 마시며 그날 들은 강의와 우리의 일과 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서 깊이 토론했다. 너무도 보람 있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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