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넷플릭스 리스트에서 여러 번 보았지만, 한 번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 드라마가 자신의 인생 드라마라는 말을 듣고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전에 그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제목에서 오는 느낌이 젊은 여자와 아저씨의 사랑 (정확히는 불륜) 이야기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1화부터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삼 형제 중 첫째형이 실패한 중년 아저씨의 삶을 공포 영화로 만들어라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총 16회 중 11회를 보고 있던 중, 그 드라마를 추천해 준 지인에게 내가 그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말하고 지인은 그 드라마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뻔한 결과가 아니라서 좋았다고 했다.
주로 한 드라마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이틀 안에 다 몰아보지만 이번에는 삼일이 걸렸다. 삼일 중 이틀은 다른 볼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밖에서 일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 다시 정주행을 했다. 불우한 소녀 가장과 그녀를 돕는 한 중년이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돕고, 응원하고, 이해해 가는 메인 스토리 외에도 흥미진진한 면이 많았다. 그중에 나는 드라마 속에 그려진 여러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1) 부모 자식의 관계
삼 형제를 둔 엄마가 일찍 퇴직하고 신용불량에 아내와 별거 중인 큰 아들 그리고 영화감독으로 잘 풀리지 못해 빌빌거리고 있는 막내아들을 끼고 살면서 삼시세끼 밥 해먹이고 지내면서, 결혼한 후 독립 한 둘째 아들을 늘 걱정한다. 드라마 속에서 엄마가 첫째나 셋째 아들에게 화가 날 때마다 "쌍놈의 새끼!"라고 욕하는 부분이 참 우스웠다.
2) 부부의 관계
드라마에서 아저씨 역을 맡은 박 부장은 변호사 부인과 슬하에 아들을 하나 두고 살고 있지만, 부인은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후배와 바람을 피운다. 그것도 일 년 이상을 호텔에 주기적으로 출입을 하며 만난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은 부인의 불륜 사실을 모른 채 하려고 한다. 나중에 부인은 자신의 불륜을 남편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남편은 자신이 부인의 불륜을 알고 있다는 것을 부인이 안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아~ 어렵다!)
아저씨의 형은 직장을 잃고, 빚을 지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돈을 못 벌어 부인과 별거 중이다. 아저씨의 형과 부인은 자식들을 결혼시킬 때까지 형식적인 부부관계만 유지하려고 한다.
3) 연인 관계
동네 사람들의 아지터인 정희네의 사장 정희는 명절을 함께 보낼 가족이 없다. 정희의 첫사랑은 공부도 잘하고, 잘 생기고, 착하고, 인기도 많고, 키도 크고, 학력고사에서 만점을 받은 수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밀고 산으로 들어갔다. 이후 정희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이십 년 이상을 괴로워하는데 어느 날 둘이 상봉한다. 정희 왈: "청년으로 가시더니 중년으로 오셨네요!" 둘은 그렇게 짧은 재회를 하고 다시 헤어진다.
왕년에 천재 영화감독 소리 듣던 아저씨의 동생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여배우의 관계. 영화를 계기로 서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원래 원수 같은 사이였다. 감독은 여배우의 발연기 때문에 자신의 영화가 망했다고 생각하고, 배우는 감독이 자신을 하도 갈궈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늘 느끼고 산다고 생각한다. 둘의 애증은 애정으로 잠시 발전하지만, 감독의 충고로 심리적 안정을 찾은 배우는 이후 연기를 더 잘하게 되고, 유명 스타가 된 후 둘은 헤어진다.
박 부장과 이지안의 관계는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그런 관계이다. 서로를 심적으로 온전히 이해해주고 응원하지만, 사회적 통념상 허락되지 않는 관계. 박 부장은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고, 이지안과는 나이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둘은 시작도 해 볼 수 없는 그런 사이이다.
이 드라마에 나온 인간관계는 불완전하고 서글프다. 엄마는 다 큰 자식을 아직도 돌봐야 하는 어른이 되고 크지 않는 자식들을 돌보는 그런 사람이고, 부부관계는 불륜이나 별거로 표현되었으며, 연인 관계는 첫사랑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필연적 이별, 그리고 극복할 수 없는 나이 차이를 가진 유부남과 그를 좋아하는 젊은 여자와의 정신적 사랑으로 그려진다.
이런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보며 인물들과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했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첫째형 그리고 정희의 넋두리가 눈물겨웠다. 첫째형은 자신의 삶이 보잘것없다고 여겨서 짠했고, 정희는 자신의 깨어진 사랑으로 인해 피폐해진 인생이 애처로웠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나는 어떤 사람과 유사할까?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박 부장처럼 과연 모르는 체 할 수 있을까? 박 부장은 과연 좋은 남편인가? 좋은 남편은 어떤 남편인가?
드라마 속에서 불우한 사람에게 네 번 이상 잘해 주기 힘들다고 했다. 나는 솔직히 한 번 이상 잘해주지 못한다. 좋은 결과가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이 시간이든 자본이든. 드라 속에서 또 모든 인연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쁜 인연에 대해서 그렇게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힘들다. 드라마가 끝난 때 박 부장이 이지안에게 평안에 다다랐냐고도 물었다. 우리의 삶의 목표는 평안에 다다르는 것인가 아니면 그 과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