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똥꽃 Aug 03. 2022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

최근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알고 지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성별이 같다는 점과 같은 동네에 산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없었다. 성별이 같은 것이나 한 동네에 산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A라는 사람은 B라는 사람보다 나이가 많다. A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친구와 나이 어린  친구도 몇 있기 때문에 나이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B도 나이가 다른 친구가 있다고 했다. A는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 B는 미혼이다. A는 직장이 있고 , B는 최근 백수가 되었다.


A와 B가 어느 날 여행을 함께 갔다. 타 지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기에 A는 택시를 불러 B와 함께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 A에게 몇 번 밥을 얻어먹었던 B가 A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날 점심을 샀다. A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타려고 했다. B는 A에게 택시비가 아깝다고 했다. 하지만 늘 택시를 타는 A가 어차피 같은 방향인데 혼자만 택시를 타고 올 수 없었다. A는 자신은 택시비가 아깝지 않다고 했고 내리면서 택시비를 지불했다.


A는 B와 함께 했던 여행이 기쁘지 않았다. B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A가 보기에 B는 자꾸만 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날씨 타령을 했다. 그날 비가 간간히 조금 내렸는데 B는 비가 오면 온다고 비가 안 오면 안 온다고 불평을 했다. B는 식당에 가면 뭐든 더 달라고 했고, 택시를 타면 기사님께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요구를 했다. B는 그게 돈 내는 사람이 서비스받을 권리라고 했다. 자신이 돈을 내든 돈을 내지 않든 B는 그런 식이었다.


A는 식당에서 불필요한 것(= 다 먹지 않을 음식)을 요구하는 것을 싫어했고,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알아서 잘 운전하실 거라 믿었다. 잔돈이 남아도 기사님께 기분 좋게 팁으로 드리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오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했다. B는 A가 자신에게 돈을 쓸 때도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B는 식당에서 괜히 종업원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서 격 떨어지게 행동하고, 공짜 택시를 얻어 타면서도 돈이 아깝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준  차이가 서로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사람이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돈 있는 사람이 돈 없는 사람을 그냥 싫어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다. 돈이 없는 사람이 매너도 없고 감사한 마음도 없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이 돈 없는 사람을 만나면 불편한 것이다. 돈이 없는 것은 본인의 생활이 그만큼 불편한 것이라, 단지 그것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매너까지 없으면 그건 곤란하다.  A와 B의 여행은 함께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다.


*A와 B는 최근 여행 외에도 다른 이유로 몇 번 어울려 다녔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옷 가게에서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어 보고 결국 사지 않기로 결심한 거와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특별하고 행복한 일주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