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똥꽃 May 13. 2019

K-Pop Contest

문화 대국 한국을 꿈꾸며

 학생들과 K-Pop 대회 준비를   얼마 안 돼서 승리 몇몇 다른 연예인 K-Pop 먹칠을 했다. YG 주식은 곤두박질을 쳤고 연예인들이 불법 동영상, 마약, 성상납 관여, 횡령 등의 혐의로 줄줄이 조사를 받았고 최근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 K-Pop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지만 이미 시작한 프로젝트라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추진했다. 처음에는 지역 사회의 스폰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곳에서 마음이 바뀌었단다. 나 혼자서 이긴 팀에게 줄 상금이며 최종 1등 팀에게 약속한 회식비도 마련해야 되었다. 그리고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각 팀의 노래와 춤 연습도 도와야 했다. 사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고작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제공 그리고 연습을 게을리하면 간간히 잔소리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한 팀은 자원 봉사자가 매번 교실로 찾아와서 학생들에게 안무를 가르쳐 주었다.


처음 K-Pop 콘테스트 획을  세웠을 때는 4월 말에 대회를 하려고 했는데 우리 학교의 무대 음향과  설치가 늦어지는 관계로 2  정도 대회 날짜를 연장해야 됐다.  사이  팀은 시험 때문에 바빠서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최종적으로  팀이 남았다. 그중에  팀은 노래를 부르고 여섯 팀은 춤을 추기로 했다. 내가 가르치는 반에 속하지 않은  명의 아이들은 초대 손님으로 공연을 하겠다고 했다.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다른 학교에서도 콘테스트 하는  구경을 오기로 했다. 지난주 우리 반 학부모님들께 초대 이메일도 보냈다. 

주말에는 공연에 쓸 오디오와 비디오 파일을 만들고 화요일에 리허설을 했다. 무도 음향이나 조명 작동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마이크 테스트며 노래 준비를 하는 시간이 걸렸다. 학생들이 무대에서 연습하는 첫날이라, 무대에 올라 간 후에 노래를  부르는 학생도 있었고 어떤 팀은 중간에 안무를 까먹고 헤매기도 했다. 어떤 학생들은  대회만을 위해 살아온  떨지 않고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기도 했다. 모두 완벽지는 았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리허설이었다. 구경을 왔던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모두 감탄을 했고 대회 하루 전날 학교에서 전교생의 부모님을 초대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목요일 K-Pop 대회가 열렸다. 처음에 우리 반 학생들은 관객이 많아 봤자 백 명 이상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연 후 관객들이 직접 투표를 할 때 쓸 스티커도 100부 이상은 준비하지 않았다. 공연 시작 15분 전에 투표할 때 쓸 보드를 걸기 강당으로 갔더니 학부모님들이 이미 강당으로 오고 있었다. 곧 학생들도 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강당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급하게 의자도 더 준비해야 했다. 무대에 가서 마이크 테스트 겸 인사말을 하는 중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마이크는 작동이 됐다가 안됐다를 반복했다. 오디오와 비디오 파일에 있는 노래도 소리가 너무 크고 자꾸 끊겼다. 관객들은 모두 대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음향 준비가 되지 않았다. 대회 시작 전에 미리 점검하지 않은 음향팀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관객들을 계속 기다리게 할 수가 없어서 최근 비트박스에 맛을 들인 한 학생을 무대에 세워서 예정에 없는 공연을 했다. 그 학생은 제법 잘했지만 자꾸 "내가 여기서 뭐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사족을 달았다. 어쩔 수 없이 스마트 폰을 마이크에 연결해서 첫 공연을 시작했다. 노래가 중간에 가끔씩 끊겼지만 학생들은 당황하지 않고 잘 불러 주었다. 노래를 네 곡 듣고 난 다음 좀 더 활동적인 댄스 공연으로 넘어갔다. 저학년 학생이 먼저 BTS의 DNA를 공연했다. 옷을 무지개 색깔로 맞춰 입고 중간에 체조 동작도 넣어서 제법 독창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댄스 공연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볼 만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춤꾼이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저학년이고 한 명은 졸업반이다. 사실 둘은 리허설이 있기 전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둘 다 서로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저학년 학생의 안무는 독창적이었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선정적이고 졸업반 학생의 안무는 그다지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이 보였다. 


새로 설치한 음향 시스템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음질이 초라했지만 학생들의 열기와 퍼포먼스로 다행히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심사위원 없이 관객 투표만으로 가수상, 댄스상, 무대 의상상 분야의 우승팀을 각각 뽑았다. 대회 초반에 음향 관계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에 투표를 마치고 우승팀 발표를 할 시간이 없었다. 관객들에게 줄 상품을 추첨하고 있었지만 관객들은 이미 투표를 마치자마자 자리를 떠나 버렸기 때문에 상품 추점은 물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할 기회마저 놓쳐 버리고 말았다. 학생들도 곧 하교 시간이 되어 하나씩 떠났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나는 쓸쓸히 의자에 놓고 간 프로그램을 주워 쓰레기 통에 버렸다. 음향이 썩 좋지 않았고 시작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점을 빼고는 꽤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관객들도 많이 왔지만 어쩐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구경을 했던 동료들이 몇몇 "잘했다!"라고 질투 섞인 격려를 해 주었지만 어쩐지 허전했다. 


대회 다음날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K-Pop 대회에 관해 쉴 새 없이 얘기했다. 그날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 교실 옆을 지나가시가다 잠시 들러 어제 공연이 정말 좋았다고 칭찬하셨다. 우승한 학생들은 아침 방송을 듣고 상장과 상패 그리고 상금을 받으러 왔다. 그리고 그날 표를 가장 많이 받은 팀은 약속대로 회식을 하러 가기로 했는데 대회 준비를 같이 했던 다른 학생들도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에 우리는 시내에 모여서 무한리필 삼겹살 식당으로 갔다. 우리는 배불리 먹고 근처에 있는 노래방에도 갔다. 학생들과 노래방에 같이 가보기는 교편을 잡고 처음이었다.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는 거의 내가 모르는 노래였다. 나는 겨우 D. J. Doc과 김건모의 노래를 하나씩 불렀다. 아이들은 지루했을 것이다. 보너스 시간까지 다 채운 다음 우리는 노래방을 나왔다. 그리고 아이들은 시내에서 더 놀다가 가기로 하고 나는 딸과 집으로 왔다. 다음 주 토요일에는 제일 열심히 준비했지만 상을 받지 못한 저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맥도널드에 가기로 했다. 그 반 아이들에게까지 쏘고 나면 이번 K-Pop 대회에 내가 사비로 들인 돈은 오십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나의 작은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학생들에게도 K-Pop 대회가 학창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트로피와 상장 그리고 상금을 나눠준 다음에 대회에서 받은 상장을 대학 입학 포트폴리오에 꼭 넣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그저 하하하 웃는다. 나는 어느새 학생들보다도 더 유치한 선생이 되어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