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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Sep 18. 2019

권태

언젠가 <미스 함무라비>라는 티브이 드라마에서 인상 깊게 들은 대사가 있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팩트 폭력과도 같았다. 나름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지만 누구도 나의 <열심>을 고마워하지 않았다. 관리자는 나에게 더 많은 일을 주었고, 동료들은 열심히 일하는 나를 불쾌해했고, 나의 고객들은 내 열심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누구에게 뒤지지 않게 열심 했지만  열심의 대가는 지친 육체와 황폐해진 마음과 권태로움이었다. 세상이 "열심히 하는 " 원하지  "잘하는 " 원한다면 이제 나는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했다고 생각해도 남이 그다지 잘하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나는 도대체 "잘하는 "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예쁜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예쁘고 미운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듯이 잘하는 것도 결국 예쁜 사람이  것이 잘하는 것으로 포장되는  아닌지 모르겠다. 지친다. 끝없는 싸움에 지치고 계속되는 차별에 지치고 이유 없는 미움에 지친다. 내가 열심히 할수록 세상은 더 나를 깔아뭉개려 한다. 거대한 조직 앞에 한 개인이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자랑스럽게 이 땅을 거닐 것이다. 물론 계속 열심히 하고 더 잘하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를 지치게 하는 환경 속에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몸부림을 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포기하기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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