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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Sep 16. 2019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

한 길 걷기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1프로에 지나지 않는다. 100명에 한 명 꼴로 간혹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친조부모와 외조부모가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에 한 분도 만나 뵌 적이 없고 존암조차 알지 못하지만, 우리 외할아버지는 서당 훈장이셨다고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엄마는 초등교육도 못 받으셨고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참 힘들어하셨다. 아버지 또한 학교를 오래 다니시진 않으셨지만, 엄마와 달리 한자에도 능하셨고, 해방 후에 헌병대에 합격할 정도로 총명하셨다. 아버지의 화려한 헌병대 시절은 군용차 전복 사건으로 짧게 막을 내렸고 그 이후로 아버지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셨다.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나면 줄곧 술을 드셨고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 속으로 회피하셨다. 배움이 부족한 엄마한테서도 한 번의 시련으로 일생을 망쳐버린 아빠한테서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조부모님들한테서도 나는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자라면서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한 친척이 한 분 계시다. 우리 집안에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얼굴은 자주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외국 배우의 더빙을 하기도 하고 유명한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하셨다. 지금은 병으로 은퇴를 하셨지만 거의 오십 년 세월을 한 길만 걸어오신 분이다. 촌수로 따지면 그다지 가깝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리 집안에서는 아마도 제일 유명한 분이시다. 얼굴 뵌 적도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티브이를 볼 때마다 참 자랑스럽다고 생각했고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 준 것에 대해 지금도 참 감사하다. 최근 문병차 큰오빠 내외랑 같이 찾아뵌 적이 있는데, 집안 가득 쌓인 트로피와 모든 지상 방송국에서 받은 감사패가 그분의 치열한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나도 그분처럼 가능하면 한 길을 오래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존경하는 친척분과 동갑이시고 그 분과 같은 시기에 은퇴하신 분이 한 분 계시다. 그분은 거의 사십 년 세월을 교직에 종사하셨다. 초등학교 2학년 교사로 삼십 년 근무하신 후 고등학교에서 9년을 더 근무하셨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교육에 종사하신 그분 또한 참 존경스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 중, 고를 거치고 대학공부를 하느라 16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교직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평생을 학교에서 보낸다. 종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 졸업 없이 계속 이어지는 학교 생활. 단지 배우는 입장이 아니라 가르치는 입장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교직에서 39년 동안 종사하신 그 선생님 또한 참 존경스럽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큰 언니다. 그 언니는 생후 백일 정도 되었을 때에 친엄마와 생이별했고, 어린 새엄마 밑에서 맘고생하며 자랐지만, 항상 열심히 노력하고 알뜰하게 생활해서 결혼 후에 4년제 대학 졸업장도 받았고, 아들 셋 또한 대학 공부시켰고, 깐깐한 남편 비위 다 맞춰가며 늘 부지런히 사는 사람이다.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좋든 싫든 한 남자와 오랜 결혼 생활 유지하면서, 자기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 주려고 하는 사람. 받은 것은 많이 없어도 언제나 베푸려고 노력하는 그런 언니가 참 존경스럽다.


살아가면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모두 세대차이가 많이 나는 분들이고 다들 먼 곳에 사시지만, 그래도 힘들 때 그런 분들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간접적으로 가르쳐 주고 계신 분들. 한 길 열심히 걷고, 일도 가정도 잘 챙기는 그런 분들.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런 분들을 나 또한 닮고 싶다. 계속 한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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