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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Sep 18. 2019

화분 씻기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오랜만에 얻은 삼일 연휴라 기쁘지만 그동안 일 다니느라 하지 못한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는  외에는 별로 달리  일이 없다. 토요일에는 우체국에 가서 휴가지에서 입을 옷이며, 카드와 선물들을 부쳤다. 꽃가루가 뿌옇게 쌓여 주황색처럼 변해버린 자동차도 오래간만에 닦고, 그리고 생활 용품 쇼핑도 했다. 일요일에는 아이와 시내에 가서 피자도 먹고 커피숍에 새로운 음료수도 마셨다. 


말을  보내고도 하루의 휴가가  있으니 무엇을 할까 민하던 차에 베란다에 쌓아 놓은 묻은 화분들이 보였다. 눈에 거슬렸다. 화분들을  깨끗이 씻고 싶었다. 화분을 씻었을 때와 씻지 않았  장점과 단점을 초속으로 계산해 보았. 내 머리가 내린 결론은 "씻지 마라"였다. 반면 나의 마음이 내린 결론은 "씻어라". 여느 때처럼 나는 마음이 내린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수도 있는 베란다에서 화분을 씻기 시작했다. 흙이 엄청 많이 떨어져 나왔다. 베란다 바닥은 흙투성이가 되었다. 화분의 흙을  씻어내도 화분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각각 서른 개가 넘는 화분과 화분 받침을  씻는  시간 정도 걸렸다.  씻고 일어나니 허리 다리 너무 아팠다. 화분을 씻겠다고 결심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바닥도 엉망진창이었. 씻은 화분과 화분 받침을 구석으로 밀쳐 놓고 끗한 물로 바닥 청소를 시작했. 여러 번 헹구고  후에야 바닥에 있던  간신히 없어졌다.


화분을 씻을  베란다 바닥 온통 흙으로 덮이는 것을 보면서 생각난 것이 있었. 퇴사를 준비하면서 조직 문화 개선에  어떤 사람이 브런치에 올려놓은 글이었다. 만약 경영자 또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직 문화 대한 입장이나 생각이 어떨까? 조직의 문제점을 파헤치 위해 여기저기 흙먼지 폴폴 날리 싶을까? 어쩌면 조직 문화 개선의 과정이 사용하던 화분의 흙을 씻어 내는 작업과 비슷하지 않을까? 화분에서 기르던 식물을 교체  화분에  흙을 굳이 어낼 필요가 있을까?  화분에 다른 식물을 키워도 어차피 화분에 흙을 담아야 하니까 말이다. 


예전에 조직이 조직 나름대로의 생명력이 있지 않나 생각해  적이 . 아무리 뛰어나고 중요한 사람이라도 그가 사라진다고 조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규모가 크고 체계가 복잡할수록  생명력은  강한  같다. 조직에 있는 어떤 사람 다른 누군가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속성과 조직 속에서 개인의 위치를 빨리 파악할수록 개인은  속에서  상처 입고  실망할 거라고 조심스럽게 결론 내본다.


경영자 관리자는  화분을 시간과 에너지 들여 씻으려고  않을 것이.  보다는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일조량과  그리고 비료를 절히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같다. 훌륭한 리더는 부하 직원을  그런 것을 제공겠지만 편협한 보스 밑에서 일하 원들은 일조량  그리고 비료를 스스로 구해야 한다. 그것이 선배의 조언이든, 동료와의 화합이든, 자기 계발이든, 여가 선용이든 말이다.


화분을 다고 오랜만에 얻은 소중한 휴가 아침나절을 소모하고 나니 하게 정리된 물건을 바라보는 기쁨보 시간 낭비와 에너지 낭비  것에 대한 후회가  크다. 앞으로는 흙 묻은 화분을   것이다. 마음보다는 머리가 내린 결정을  존중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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