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진흙구덩이에 몸이 빠진 것 같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빠져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내내 끈덕한 구덩이 속에서 숨만 겨우 붙은 채로 살아갈 것 같다.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그런 기분이다.
살면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건 2015년부터 2016년까지였을 거다. 메갈리아가 등장한 뒤 페이스북에서 '키배'를 뜨고 다니다가, 모르는 남자들에게 입에도 담기 힘든 욕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들었다. 페이스북 메세지가 오기도 했고, 내 셀카가 포함된 사진이 공유되기도 했다. 나와 페이스북 친구 사이인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보내 '얘 이렇게 이상한 애니까 어울리지 마라'는 뉘앙스의 메세지를 보낸 남자도 몇 있었다. 우스운 건, 나는 단 한 번도 '한남'이나 '애비충'같은 '과격하다고 여겨지는'(솔직히 말해 예전에는 물론이고 지금은 더더욱 과격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거였다. 그들은 그저 내가 여성 임금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끔 'ㅋㅋㅋㅋㅋㅋㅋ'라며 그들을 비웃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가리를 찢어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못마땅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렇기 때문에 그 시기에 나는, 종종 호흡곤란을 겪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도 한 번에 스트레스를 몰아받으면 숨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느새부턴가 여성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일단은 회피하는 것이 버릇이 됐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분노와 무기력이 뒤섞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렇지만 일단은 살아야지, 살아서 싸워야지, 죽고 싶어도 죽지 말고 죽이기 위해서라도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시간 동안 이악물고 운동을 했다. 나는 나를 끌어올릴 의무가 있다. 살아서, 살아남아서 계속 싸울 것이다.
나는 워마드가 아니고, 그들의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에 반대한다. 그렇기에 #내가_워마드다 라는 문구를 쓰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그게 이번 워마드 편파 수사 건에 연대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여성을 보호하기는커녕 시민, 아니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이 국가를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