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프 Apr 22. 2020

얕은 사람이지만 옅어지기는 싫어요

올해는글열심히써야지_진짜진짜완전대박최종의최종.word

브런치에 글을 열심히 써보겠다고 다짐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글 몇 개를 지우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이제 완벽을 꿈꾸는 사람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두 문장 사이에는 관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두 문장 사이에 관련이 없을 때, 이 글의 이 문단은 다른 글의 어떤 문단과 관련이 있다.


실명으로 해둔 브런치 닉네임을 바꿀까 하다가 그냥 놔두기로 했다. 자아를 투영할 만한 단어를 찾지 못해서도 그렇고, 어차피 내 이름은 꽤 흔한 축에 속해서도 그렇다. 기자로 일하면서 쓴 글을 여기에 옮기면 어쩔 수 없이 실명이 드러나게 될 거기도 하고. 내가 브런치 닉네임을 실명 세 글자로 짓든 뱝띱빱움밥바로 짓든 아무도 관심 없을 텐데, 사람의 자의식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그래서 이번엔 또 어떤 종류의 다짐을 했느냐, 하면.


앞으로는 그동안 써 왔던 내 개인적인 경험뿐 아니라, 영화나 음악, 책이나 음식처럼 내가 향유하는 여러 분야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쓰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영화 음악 책 음식 아무튼 그런 분야라 해도, 내가 해당 분야의 역사를 줄줄 읊는 것이 아니라면 내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해 나오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둘 사이엔 분명한 간극이 있다. 타인이 해석할 여지가 적은 내 개인적 경험과 달리,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거의 항상 타인의 다른 해석이 존재하기에 '비교되거나 비판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결국은, 내 얕음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가, 내 얕음이 드러나기 쉬운 짓을 굳이 하겠다는 거다. 왜? 이대로 가다간 점점 얕아지는 것도 모자라 점점 옅어질 것 같아서.


브런치에서뿐만이 아니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고 그에 대한 기록이나 감상 남기는 건 잘 안 했는데, 이젠 그냥 하려고. 쓸데없이 겁내지 말고.


오늘의 포스팅 끝.

작가의 이전글 나/의 경멸스러운 사랑/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