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lly] 25.06.30-25.07.06
페이백마라톤이라는 걸 신청했다. <달리기의 기쁨>을 읽던 중이었다. 5만원을 결제해놓고 한 달 동안 17번 3km 이상을 달린 인증샷을 업로드하면 5만원을 다시 돌려받는 방식의 마라톤이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5km씩 뛰고 있지만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뛰지 않으면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으로 여기는 성격 탓에 자꾸만 보조 장치를 달려고 한다.
작년과 올해, 웨딩 관련 일정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강행하면서 참 많이도 달렸다. 처음에는 100% 다이어트 목적으로 인터벌을 하다가, 파워를 조금 낮춰 쉬지 않고 10km를 뛰어보다가, 결국에는 하프마라톤에 참가해 한 번도 쉬지 않고 뛰어 2시간 내에 들어오는 쾌거까지 이뤘다. 그렇게 잘 뛰던 내가 딱 한 달을 놀고 먹고 쉬다가 다시 뛰어보려니 세상에, 이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5km를 존2로 안 쉬고 뛰는 것쯤은 그냥 가만히 앉아 숨쉬는 것과 비슷했는데 그것조차 힘이 드는 수준이었다. 지난주 수요일에야 겨우 안 쉬고 10km 뛰기에 성공했는데 이래서 언제 다시 하프를 뛰려나 싶다.
지난주에는 또 치아바타와 포카치아를 구워보았다. 치아바타는 지난번에 한번 구워본 적이 있고 소요시간도 짧은 편이라 덜 떨렸는데, 포카치아는 처음인 데다 하루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켜야 해 좀 떨렸다. 결과는 둘 다 (내 나름의)대성공이었다. 몰랑말랑한 반죽을 주무르고, 늘어트리고, 쿡쿡 찌르는 게 기분 좋았다. 만든 빵은 그냥도 먹고, 샌드위치로도 먹었다. 아주 야무지게. 포카치아는 이번주에 한번 더 만들어보려고 한다. 방울토마토와 블랙올리브, 로즈마리를 콕콕 눌러 여기저기 배치해두는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노랑, 초록, 빨강, 검정의 조화가 아름답다. 양파와 불고기를 볶아 올려 완전한 식사빵으로 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다.
사워도우의 재료가 될 르방도 키우기 시작했는데 첫 날은 잘 부풀더니 그 다음 날부터는 영 자라지 않는다. 좀 더 지켜보면서 길러볼 생각이다. 다이소에서 사온 방울토마토&오이 씨앗도 심어봤다. 방울토마토와 오이가 무사히 싹을 틔운다면 루꼴라 같은 것도 심어볼까 싶다. 식물을(그리고 효모를) 키우는 데에는 영 소질도, 관심도 없는 나지만 요즘은 자꾸 시도해보려 하고 있다. 아마도 이건 내가 처한 불확실성과 불안, 울적함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들일 것이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어도 해소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사실, 내가 처해있는 상황은 맛있는 음식과 술로 해소되는 영역과 정반대에 있다. 본질적인 해결법은 아니지만 본질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를 만들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의 내게는 자기확신이 있고, 먹고 살 돈도 있고, 든든한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론 안 되겠지만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딘지.
사진은 내가 만든 아름다운 포카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