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lly] 25.07.07-25.07.13
헬스장에 세 달치 요금을 지불하고 러닝머신을 뛰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해 몇 군데에 제출했다. 아주 간단한 레시피로 깜빠뉴를 만들었다. 혼자였던 주말엔 냉제육과 도토리묵사발을 만들어 먹었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법도 했는데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운동을 한 날도, 하지 않은 날도 아주 정성들여 만든 건강한 식사를 했다.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나 불만도 딱히 없어서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도가 높았던 일주일이었다. 그런데 유독 악몽을 많이 꿨다.
내가 꾸는 악몽은 대부분 비슷하다. 차를 운전하는데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마구 달리며 불안해 한다거나, 화장실에서 일을 보려는데 너무 더럽고 개방적인 공간이라 제대로 일을 보지 못해 불편해 하는 식이다.
비교적 최근에 추가된 레퍼토리도 있다. 예전 애인과 만나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현실의 애인을 떠올리며 '이러고 있는 걸 알면 큰일나는데' 따위의 생각을 하는 것. 재밌는 건 지금의 애인(=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 이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더 재밌는 건 애인과 2년쯤 만났을 때까진 꿈에서 떠올리는 '현실의 애인'이 흐리멍텅하거나 때로는 다른 사람일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도 명확하게 현실의 애인이 실제의 애인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나 전력을 다해 안도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랑이 그렇듯 나의 사랑에도 소유욕이 작용한다. 그리고 이번 사랑의 소유욕은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본 욕망 중 제일 강력하다. 아마도 그건 내가 이 사람의 거의 모든 점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다. 사랑이라는 건 언제나 약간의 증오를 동반한다고 여겨왔는데ㅡ인간이 인간을 사랑할 만큼 가깝다면 상대의 싫은 점도 필연적으로 발생하거나 발견되므로ㅡ 그 공식에서 벗어난 최초의 상대를 만난 것이다. 예전보다야 훨씬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싫어하는 게 많은 나로서는 이 사람이 최초이자 최후일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아니고서는 앞으로 남은 평생에서 진심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랑에 진심을 다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놓쳐버릴 이유도 없으므로 나는 이 사람을 사회적, 법적 책임으로 묶어두기로 결심했고 실제로 거의 그렇게 했다. 인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랑과 연애 파트에서 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내 쪽에서도, 상대 쪽에서도) 닫아버린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그럼에도 아직 꿈을 꾼다. 이제는 상대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거나 하는 식의 레퍼토리도 추가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꿈을 꿀 것이다. 나는 자주 불안해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이 꿈에서 발현되고, 잠에서 깨어나서는 마음껏 안도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