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다니던 청소년수련관 수영장에서 수영 대회를 연 적이 있다. 대회라고는 하지만 수영 강습을 받던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 다섯이 동시에 출발해 순위를 가리는 게 전부인, 자그마한 행사 수준이었다.
당시 나는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 가까웠지만 수영 실력이 그리 출중한 편은 아니었다. 1등을 할 거라는 확신이나 욕심은 없었지만 당연히 꼴등을 할 거라 예상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나보다 어리고 느린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딱 2등에서 3등. 그 정도가 나의 목표치이자 예상치였다.
25미터인지 50미터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그 거리를 최선을 다해 헤엄쳐 도착 지점에 도달했을 때 나는 무려 2등이었고, 발을 동동거리며 해마처럼 떠서 눈을 도록도록 굴리는 내게 진행요원은 말했다. '여기'를 쳐야 도착이라고. 나는 그제야 손을 뻗어 '여기'를 쳤고, 4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쭉 달고 살아온(이제야 좀 떼어낸) 지독한 승부욕 때문인지, 3등 안에 들지 못해 메달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아니면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경쟁했는데 4등을 했다는 데에서 오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때 느꼈던 당혹감과, 그 외의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 요상한 감정들이 불쑥불쑥 떠오르곤 한다.
그 기억을 가장 자주 떠올리는 건 운동할 때다. 전력으로 달리다 힘이 들어 좀 걷고 싶어질 때,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딱 저 앞까지만 마저 뛰자고 다짐하게 된다. 지금 당장 멈춰 서거나 걷기 시작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때의 기억을 끌어오면 뭔가 마음에 턱 박히면서 그래, 그때와 같은 일을 반복할 순 없지, 한 발자국만 더, 한끝만 더, 라고 속으로 외치게 된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준비하다 정작 시험 직전에 손을 놔버린다든지, 결혼식이나 건강검진처럼 중요한 행사에 좀 더 날씬하고 건강한 몸으로 참석하기 위해 열심히 식단관리를 하다 정작 결혼식이나 건강검진 며칠 전부터 그 관리를 놔버린다든지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때의 '마지막 한끝'을 떠올린다. 그때의 한끝과 지금의 한끝은 분명 다를 텐데도.
최대한 몸을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놓고 건강검진을 받고 싶어서 예약 일정을 미루고 미루다 본격적으로 술 마시고 놀기 시작할 크리스마스의 전주로 건강검진을 잡아놓고, 건강검진 바로 전날 저녁 식사로 엽닭에 떡사리추가를 해서 먹은 사람이 쓰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