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흘리는 건 좋은 거야
어느 날 아이는 내 앞에서 로봇을 만지작거리다 뜬금없이 자기가 어떤 친구를 위로해 주었다고 말했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사실 이렇게 물으면서도 난 아이가 과연 위로를 한 게 맞을까 의심을 품었다. 아직 핑퐁 대화도 원활하지 않고, 말의 의도를 잘못 알아 듣거나 잘못 전달되는 때가 많았으니까.
아이의 말에 의하면, 방과후 공예 시간에 어떤 친구들이 한 아이를 좀 집중적으로 놀렸던 모양이다. 결국 놀림을 받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는데 자기가 다가가 위로를 해 줬단다.
“뭐라고 위로해 줬어?”
“음... 눈물을 흘리는 건 좋은 거라고.”
으응...? 이건 무슨 말이지? 역시나 아이는 말을 매끄럽게 전달하지 못했구나, 싶어서 조금은 체념한 채로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왜? 왜 눈물을 흘리는 게 좋은 거야?”
“왜냐면 눈물과 함께 슬픈 마음이 빠져 나가니까. 그래서 울고 나면 슬픈 마음이 좀 사라져.”
아... 아이는 울고 난 후의 후련함을 알고 있었던가 보았다. 그리고 그 감정을 친구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친구도 위로해주고 기특하다며 아이에게 칭찬을 해 주었지만, 과연 상대방도 그 의미를 다 이해했을지 궁금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말 속에 품은 뜻을 다 이해하긴 어려웠을 거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아이가 오늘 이 만주를 들고 왔다. 지난 시간에 위로 받았던 그 친구가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준 것이었다. 그 친구의 어머니가 고맙다며 아이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조금은 슬퍼 보였다. 자신의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그 때문에 결국 울고 말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마음이 쓰렸을까. 아이에게는 밝은 얼굴로 웃어주면서 학교에 잘 다녀오라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아이들에게 치이진 않을지 불안을 품고 있는 그 두려운 마음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오늘은 아이가 숙제를 좀 덜하고 레고 만들기에 빠져 있어도, 조금은 봐주기로 했다^^;; 남의 아픈 마음을 알아보고 보듬어 주는 그 마음씨가 지금 당장 푸는 수학 문제 하나보다도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칭찬 선물로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저렇게 흑묘를 만들어 나에게 선물로 준다.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이다 ^^
그런데 아이도, 울고 나서 슬픔이 조금은 사라졌던 경험을 해 봤던 걸까...? 울고 있는 친구를 보며, 자기가 겪었던 그때가 생각났던 걸까? 그건 언제였을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