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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10. 2023

막내에게 보내는 응원가

앤디 깁 1958.3.5 – 1988.3.10

  1987년 가을, 비지스의 앨범 ‘E.S.P’가 발매된다. 이들의 음반은 한국에서도 거의 실시간으로 소개되었고 수록곡 <You Win Again>이 빅 히트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앤디 깁(Andy Gibb)의 사망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나는 비지스(Bee Gees)의 멤버 중 한 명으로 여겼으나, 그는 솔로 가수로 활동했던 막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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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리, 모리스, 로빈 삼 형제로 결성된 비지스는 스탠더드 팝으로 출발해 디스코로 꽃을 피웠다. 70년대 후반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으로 디스코의 황금기를 누릴 무렵, 막내 앤디 깁이 솔로 뮤지션으로 데뷔했고 형들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렸다. 데뷔 앨범의 <I Just Want to Be Your Everything>과 연이어 히트한 <Shadow Dancing>은 디스코의 시대를 상징하는 팝송으로 일세를 풍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형제들의 사망 순서는 태어난 역순으로 올라간다. 막내 앤디가 가장 먼저 떠나고, 쌍둥이인 모리스와 로빈이 각각 2003년, 2012년에 세상을 등졌다. 이제는 맏형 배리만 홀로 남았다. 앤디가 데뷔할 당시, 비지스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였다. 어린 시절부터 팝 스타의 형제로 산다는 건 보통의 삶과는 달랐을 것이다. 잘 생긴 외모에 음악적 재능까지 타고난 그는 어쩌면 너무 일찍 성공을 거둔 것이 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토록 화려했던 나날들이 순식간에 지나버린 것에 대한 상실감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비지스의 <You Win Again>은 형들이 막내에게 보내는 마지막 응원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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