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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13. 2023

벤처스의 장수비결

노키 에드워즈 (벤처스) 1935.5.9 – 2018.3.12

  벤처스(The Ventures)에서 기타를 잡았던 창립 멤버들은 이제 모두 세상에 없다. 밥 보글(Bob Bogle)이 2009년, 돈 윌슨(Don Wilson)이 2021년에 고인이 되면서 전설의 주역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나에겐 일명 ‘빽판’의 주인공으로 먼저 기억된다. 앨범 타이틀은 ‘벤춰스와 함께 파티를’ 또는 ‘벤쵸스 왕중왕 투위스트’ 등 마치 변두리 나이트클럽의 호객 문구를 보는 듯했다. 캘리포니아 해변을 주름잡던 그들의 음악이 그 무렵 서핑도 록 문화도 변변치 않던 이 땅에서는 지하 고고장에 갇혀 버리거나 방구석 기타 키드의 마른 가슴을 달래는 정도로 쓰였다고 생각하면 못내 서글퍼진다.


From left, Howie Johnson, Don Wilson, Nokie Edwards & Bob Bogle : 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벤처스가 수많은 기타지망생들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팬들을 설레게 한 까닭은 역시나 기타소리에 있다. 노키 에드워즈(Nokie Edwards) 는 창의적인 주법과 이펙터의 활용으로 밴드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개발한 인물이다. 벤처스는 당시 서프 록 밴드들의 히트곡 <Wipe Out>, <Pipeline> 등을 자신들의 레퍼토리로 끌어오고 앨범마다 ‘댄스파티’, ‘트위스트’ 등의 콘셉트를 적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했다. 그 시절 ‘빽판’에 새겨진 문구가 괜한 수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서프 록 기타의 개척자 딕 데일(Dick Dale)로부터 파생된 여러 연주밴드들이 60년대 중반에 시작된 영국 밴드들의 ‘침공’으로 고전할 때 벤처스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 광범위한 레퍼토리와 그들만의 사운드 덕분이다. 그것을 가능케한 자가 바로 노키 에드워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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