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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15. 2023

남들과 다른, 힙의 원조

레스터 영 1909.8.27 – 1959.3.15

  오래전 ‘Pres and Teddy’ 앨범으로 레스터 영(Lester Young)을 처음 접했다. 첫 곡 <All of Me>부터 ‘아, 이래서 레스터’라는 탄성이 나올 만큼 색소폰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몇 년 앞둔 만년의 연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 더욱이 테디 윌슨(Teddy Wilson)이 가세함으로써 앨범의 매력은 한층 더 올라갔다. 그는 레스터가 빌리 홀리데이를 반주하던 시절 함께한 피아니스트이자 스윙 시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자였다. 레스터는 1930년대 홀리데이의 훌륭한 파트너였다. ‘프레지던트(Pres)’는 그녀가 레스터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테너 색소폰답지 않은 특유의 여성스러운 톤으로 디바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보위했다.


Herman Leonard/Getty Images


  레스터는 테너 색소폰이 일반적으로 지니는 거칠고 무거운 톤을 일부러 외면하고 가늘고 얇은 음색을 택했다. 때로 알토 색소폰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 대척점에 섰던 이가 바로 콜먼 호킨스다. 많은 이들이 레스터 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스탄 게츠와 덱스터 고든이 그랬고, 캔자스시티 출신의 찰리 파커 또한 그의 연주를 들으며 꿈을 키웠다. 아마도 찰리가 알토 색소폰을 선택하는데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짐작된다.


  그는 왜 테너 색소폰답지 않은, 오히려 정반대의 음색을 내려고 했을까. 그건 아마도 동료들에 대한 경쟁심과 평범한 것에 순응하지 않는 특유의 기질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관련된 일화들 또한 그 점을 뒷받침한다. 어쩌면 그는 1940년대의 원조 힙스터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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