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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r 15. 2023

주연보다 기억되는 조연

네이트 독 1969.8.19 – 2011.3.15

  힙합의 하위 장르, 지 펑크(G-Funk)를 들으면 머리 속에 몇 가지 그림들이 떠오른다. 캘리포니아 롱비치, 그곳을 달리는 스포츠카, 밤새도록 이어지는 파티, 하룻밤의 사랑 등 그동안 내 인생에 없었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낭만적인 풍경에 어울리는 BGM을 넣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Regulate>를 고를 것이다. 친구와의 우정, 남녀간 밀고 당기기, 나아가 90년대 초 미국 서부해안의 낭만까지. 이 곡은 지 펑크의 미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곡을 들으며 나는 네이트 독(Nate Dogg)을 추억한다. 샘플링으로 사용된 마이클 맥도널드의 <I Keep Forgettin’>과 밥 제임스의 <Sign of the Times>가 곡의 뼈대를 이룬다면, 워렌 지(Warren G)의 랩과 네이트 독의 훅 송은 피와 살 같은 존재다.


  스눕 독과 사촌지간인 네이트는 ‘훅의 왕’라 불릴 만큼 랩이 흐르는 악절 사이에 인상적인 멜로디와 매력적인 보이스를 집어넣으며 곡마다 생동감을 더했다. 그 역시 자신의 앨범을 냈으나, 그의 진가는 오히려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할 때 더 빛났다. 닥터 드레의 <The Next Episode>, 모스 데프(Mos Def)의 <Oh No>, 50센트의 <21 Questions>에서 드러낸 존재감은 주인공 래퍼보다 더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실제로 그는 얼굴보다 목소리로 더 유명했다. 지 펑크가 그토록 인기를 얻고 영향력을 발휘했던 건 랩과 결합된 R&B 스타일의 훅 송의 영향이 컸다. 네이트 독은 그 분야의 개척자이자 일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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